김경식 이혁재 김준호 등 ‘개탤맨’, ‘순발력만 살린다’
OSEN 기자
발행 2007.06.25 10: 50

개그맨으로 방송가에 발을 들여 놓은 연예인들은 대부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개그맨이라는 수식은 소리소문 없이 떨어져 나간다. 대신 방송인이라는 호칭이 붙게 된다. 이경규 김미화 유재석 신동엽 김용만 강호동 등이 그렇다. 개그 자체가 유행의 최첨단에 있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워낙 빠르고 개그맨의 뛰어난 순발력과 입심이 진행자로서는 상당히 강점이 있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개탤맨’이라는 분야도 점점 자리잡고 있다. 개그맨 출신 배우들이 정극 연기에 튀지않게 녹아듦으로써 극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개그맨과 탤런트를 결합한, 이른바 ‘개탤맨’의 정극 출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친 과장 연기가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성파 연기자’ 수준을 넘지 않으려는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효과 만점의 조연을 척척 해내고 있다. 최근 새로 문을 연 SBS TV 주말극장 ‘황금신부’에는 김경식이 허동구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명색은 고시 준비생이지만 세미(한여운 분)의 열렬한 추종자이다. 그런데 동구가 성에 차지 않은 세미는 동구를 따돌리려는 요량으로 언니 원미(홍은희 분)를 내세우는데 예상치 못하게 동구와 원미 사이에 급격한 애정 전선이 생기고 만다. 물론 극에서 김경식은 철없고 순종적이며 코믹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코믹 연기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김경식의 코믹연기는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홍은희와 어울려 전체적으로 어두울 수밖에 극 분위기에 균형추 구실을 하고 있다. SBS TV 금요드라마 ‘8월에 내리는 눈’에서는 이혁재가 깨소금 기능을 맡았다. 이혁재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무옥을 통해 이미 정극 연기자로서도 인정받은 개탤맨으로 이번에는 전공대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헬스클럽의 관장 ‘혁재’ 역을 맡아 청소 아줌마로 클럽을 찾은 반숙(추상미 분)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인물이다. 평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였던 사교 댄스를 선보이며 눈요기거리를 주고 있지만 반숙을 향한 그 마음은 가벼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에어시티’에서의 김준호는 개그맨의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인천공항 운영본부 환경개선팀 팀장 노태만 역을 맡은 김준호는 개그맨이라기 보다는 순발력 좋은 연기자로 부르는 게 맞을 정도로 극에 잘 녹아 들고 있다.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얼마나 좋길래’ 등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들이 김준호를 개탤맨의 대명사격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개그맨들의 정극 연기 도전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었던 흐름이기는 하다. 개그맨의 정극 출연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시절에서 출발해, 극에서 개그적인 요소를 의도적으로 지우려 했던 시기를 거쳐 최근에는 순발력은 살리고 과장은 자제하는 선에서 ‘개탤맨’의 효용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배우들도 달라진 환경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김경식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개그맨이 드라마에 출연하면 개그적인 요소로 양념 구실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 정도로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코믹한 캐릭터도 살리지만 가족의 사랑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젊은이 역이더라”고 말해 캐릭터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고 김준호도 “개그맨과 연기자 두 가지를 다 해보겠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연기를 할 때는 개그를 버리고 들어간다. 다만 개그맨이라는 뿌리는 될 수 있으면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기나 개그나 결국은 한 뿌리다”고 한 김경식의 말처럼 ‘개탤맨’이라는 말이 굳이 필요 없게 될 때도 머지 않아 보인다. 100c@osen.co.kr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금신부’에서 홍은희와 호흡을 맞추는 김경식, ‘에어시티’의 김준호, ‘8월에 내리는 눈’에서의 이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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