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던지기도 힘든데 한 명이 그냥 죽으니 고마운 일이다”(투수코치).
“실수가 나올까봐 가장 걱정스러운 순간이다”(수비코치).
최근 현대 유니콘스 코치들간에는 ‘보내기 번트’를 놓고 엇갈린 분석을 보여 눈길을 모았다. 현대가 최근 보내기 번트를 많이 대는 팀 중 하나로 나타나면서 번트를 놓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먼저 정명원 투수코치는 ‘번트는 고마운 일’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 코치는 “투수에게서 아웃 카운트 한 개를 그냥 먹고 들어가는 일이다. 스트라이크 한 개 던지기도 힘든 상황, 특히 위기 상황에서 아웃 카운트를 한 개 잡는 것은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내기 번트는 그야말로 투수를 살려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번트보다는 오히려 버스터나 강공을 펼치는 것이 투수에게는 두려운 상황이라고.
반면 김성갑 수비코치는 보내기 번트 수비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김 코치는 “상대 번트에 대비해 내야진이 전진 수비를 펼쳐야 하고 자칫 실수를 범하기라도 하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다. 따라서 번트 수비는 웬만하면 안하는 게 좋다”는 상반된 의견을 펼쳤다.
김 코치는 “내야수들은 주자 없이 정상 수비를 펼칠 때가 가장 안전하다”면서 번트 수비는 피곤한 일임을 강조했다.
공격진에는 가장 안전한 득점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번트 공격’이 수비하는 처지에서는 투수와 야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올 시즌 새로운 번트 강자로 떠오른 김시진 감독에게 투수코치와 수비코치가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는 물음에 둘은 손사래를 치며 “그냥 일반적인 야구 논리상 그렇다는 얘기”라며 자리를 떴다.
25일 현재 롯데(82), LG(77)에 이어 75개로 번트 공격이 3번째로 많은 김시진 감독이 들으면 ‘투수코치는 적이요, 수비코치는 아군’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sun@osen.co.kr
지난 23일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잠실 경기 KIA의 2회초 무사 2루서 김상훈이 희생번트를 대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