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 손남원 기자]'노래만 불러서 될까요?' 스타 가수들의 연기자 겸업이 계속 늘어만가는 추세다. 이효리 유진 등에 이어 섹시 여전사 아이비마저 최근 배우로도 나설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상파 TV 등의 가요 프로 급감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기회가 계속 줄고 있는데다 음반 시장 침체에 따른 수입 감소가 연기자로 나설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또 가수 보다 연기자의 생명력이 더 길다는 사실도 이들이 배우 겸업을 택하도록 유인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연기 병행이 어려운 가수들은 오락, 교양 프로의 게스트 출연에 열심이다. 앨범 준비 기간에 방송을 완전히 쉬다보면, 팬들 뇌리에서 완전히 잊혀질 것을 염려해서다. 한 때 '더 이상 오락 프로에 출연 안한다'고 선언했던 김건모도 최근 한 연예 보도프로에서 이를 번복했다.
오락프로 출연을 싫어하는 정통 가수들조차 이를 마음 속 깊이 묻어두고 사는 실정이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방송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작 이를 홍보할 마땅한 쇼나 가요프로는 전무하다시피한 현실이 등을 떠밀고 있다.
그래서 현재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가수들조차 별도의 연기 수업을 받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나왔을 때 바로 연기 데뷔를 하기위한 준비 작업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보아는 최근 일본 공연에서 "앞으로는 연기도 하고 싶다. 지금 연기 수업을 받고 있는데 어렵더라"고 인터뷰를 했다.
가수 출신 배우로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비와 에릭, 유진, 장나라 등을 들수 있다. 비는 송혜교와 함께 출연한 '풀하우스', 에릭은 '불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하며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유진은 지난해 '진짜 진짜 좋아해'의 여봉순 역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고, 장나라는 '명랑소녀 성공기' 등의 코믹 연기로 일찌감치 연기자 겸업을 굳힌 케이스다.
이밖에도 웬만한 스타급 가수들은 대부분 한번쯤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경력을 갖고 있다. 중견 가수 이현우는 꾸준히 TV, 스크린을 오가는 중이고 탁재훈 김종민 김장훈 이민우 MC몽 하하 등이 카메오나 주 조연급으로 얼굴을 비쳤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정려원은 드라마 성공에 힘입어 요즘 영화 촬영에 한창이고,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도 ‘궁’에서 천방지축 황태자비 역할을 잘 소화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후반을 휩쓴 여성 댄스그룹 핑클은 이효리 성유리 이진 등 옥주현을 제외한 전원이 연기자로도 나섰고 god 출신 윤계상은 제대후 SBS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로 복귀했다.
가수출신 연기자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TV 드라마에서 높은 성과를 올렸던 반면에 영화 흥행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지난해말 기대를 모았던 비의 스크린 데뷔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도 뛰어난 작품성과 달리 흥행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이에 앞서 신화 출신의 에릭, 이민우, 김동완 등이 각각 '6월의 일기' '원탁의 천사' '돌려차기' 등에 출연했지만 드라마에서의 성공 가도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 해는 유진과 정려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진은 5월초 개봉한 로맨스 코미디 '못 말리는 결혼'에서 하석진 김수미 임채무 윤다훈 안연홍 등과 호흡을 맞춰 괜찮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정려원도 같은 장르의 '두 얼굴의 여친'에서 봉태규를 파트너 삼아서 스크린 데뷔전을 치른다. 여성 댄스그룹 출신으로 성공적인 연기자 데뷔를 마친 두 사람이 스크린 도전에서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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