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마음의 고향같은 팀이지만 경기만큼은 양보하지 않겠습니다. 승부차기까지 가면 내가 이깁니다"(FC 서울 김병지). "중고등학교 시절 (김)병지 형을 많이 보고 배웠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면 병지 형이 2개를 막으면 3개를 막는다는 각오로 반드시 이기겠습니다"(울산 현대 김영광). 오는 27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서울과 울산의 삼성 하우젠컵 2007 결승전이 열리는 가운데 양팀의 수문장인 김병지(37)와 김영광(24)의 자존심 싸움도 불꽃이 튀었다. 김병지와 김영광은 결승전 전날인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자신하며 삼성 하우젠컵을 서로 가져가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김병지는 "울산은 내가 골키퍼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팀인 만큼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지만 경기만큼은 양보가 없다"며 "컵대회의 마지막인 결승전인 데다 홈경기인 만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2년 연속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광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결승전에서 뛰게 됐다. 이적 첫 해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며 "선수들 모두 우승하겠다는 의욕에 불타있는만큼 내가 할 일을 다한다면 공격수들이 골을 넣고 우승컵을 울산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양팀의 공격 자원들이 국가대표팀이나 청소년 대표팀으로 차출되거나 부상으로 빠진 상태여서 승부차기까지도 갈 수 있다는 예상이 팽배한 가운데 김병지가 "울산을 떠난 후 항상 박빙의 경기를 펼쳐왔지만 거의 실점하지 않았고 승부차기까지 갈 경우 마지막에 웃는 팀은 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자 김영광은 "(이)천수 형이나 (우)성용이 형이 빠졌지만 기회를 노리는 공격자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골을 넣어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가게 되더라도 병지 형이 2개를 막으면 나는 3개를 막을 자신이 있다. 중학교 때 한 번 진 것을 빼놓고는 승부차기에서 져 본 일이 없다"고 맞섰다. 이렇듯 양보없는 자존심 싸움으로 팽팽하게 맞서면서도 두 골키퍼의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질문에서는 선배가 후배의 발전을 바라고 후배가 선배를 본받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김병지는 "신장(김병지 184cm, 김영광 185cm)도 비슷하고 활동 영역이 비슷해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에 대해 동감한다"며 "예전에는 공격지향적인 골키퍼가 드물었는데 내가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영광이가 내 장점을 본받고 단점은 버리면서 좋은 골키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광은 "아무래도 중고등학교 때 골문을 지키면서 병지 형의 경기 스타일이나 자세들을 TV를 통해 많이 보고 배우고 분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병지 형은 우리나라 최고령이자 최고의 골키퍼이며 아직도 배울 점이 많다. 병지 형의 나이에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더욱 몸관리에 신경쓰게 되고 노력하게 된다"고 밝혔다.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