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때문에'. 요즘 국민감독으로 불리는 김인식(60) 한화 감독이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후배들 때문에 인생을 배웠고 후배들 때문에 안락한 삶을 포기했다는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지난 28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프로 감독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회고했다. 공교롭게도 쌍방울 레이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놓을 때였다. 우선 지난 92년말 쌍방울 창단 감독직을 놓은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소개했다. 그는 "쌍방울을 그만두게 된 계기는 구단 고위층과의 마찰이었다. 하와이 캠프 도중 코치들에게 심한 말을 하길래 감독으로 가만있을 수 없어 심하게 대든 뒤 그냥 그만 두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감독을 그만두고 야인으로 돌아간 후 함께 옷을 벗은 코치들과 오랫만에 만났다. 당시 김 감독은 신문사 해설위원 등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어 바쁘게 살았다고. 김 감독은 "코치들을 만나 소주 한 잔 하는데 얘들이 힘없이 풀이 죽어 있는 거야. 그래서 아~ 나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지. 내가 그때 좀 참았다면 코치들이 그만둘 일이 없었을 텐데. 인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감독은 95년부터 OB(두산)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2003년 말 선동렬 영입 파동 당시 김인식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부사장직을 제의받았다. 두산은 주니치에서 코치연수를 끝낸 선동렬을 감독을 영입하고 김인식 감독을 일선에서 후퇴시켜 팀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김 감독은 "박용오 KBO 총재가 2년 전부터 선동렬 감독을 감독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을 했다. 나도 선감독을 놀게할 수 없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받아들였다. 그런데 신임 감독이 오면 무조건 내가 데리고 있던 코치들이 모두 옷을 벗게 된다. 후배들이 없는데 내가 부사장을 하면 뭐하나 싶어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감독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갔다. 1년 동안 신문사 해설위원을 거쳤고 2004년부터 한화 감독으로 부임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등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해 WBC 대회에서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취임, 4강 신화를 이끌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