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승 1위' SK의 잠재적 불안 요소는?
OSEN 기자
발행 2007.06.29 09: 40

SK 와이번스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스포테인먼트와 함께 흥행과 홍보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고, 경기력 역시 1위 독주 체제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28일 문학 롯데전 승리로 올 시즌 8개 구단 통틀어 최다인 8연승에 성공했고, 승패차는 13(38승 25패 5무)에 달한다.
이 와중에 김성근 감독의 통산 900승과 정경배의 통산 1000안타 기록 달성까지 곁들여졌다. 질적으로도 6월 19~20일 롯데전(이영욱-박경완) 22~24일 LG전(조웅천,나주환-이진영-이호준) 26~28일 롯데전(불펜진-정경배-박재상) 등 8연승 내내 '히어로'가 바뀔 만큼, SK 특유의 '전원야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연승이 거듭될수록 안정적 시즌 운용과는 별도로 SK의 '불안요소' 역시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초강세장에도 여전히 SK의 정규리그 1위 선착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회의론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기도(道) 선발진
레이번-채병룡-로마노-송은범-(이영욱) 순서로 돌아가는 SK 선발진은 강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지난주 5연승 과정만 해도 선발이 전부 5승을 따냈다. 그러나 주초 롯데 3연전은 '벌떼 불펜'에 내내 의존했다. 레이번이 28일 승리를 거뒀으나 5이닝 9피안타(2실점)의 '졸투'였다. 선발진이 고르게 분포하지만 집단적으로 기복이 심하다. 여기다 김성근 감독의 '내일이 없다'식의 처절한 야구관은 선발 투수가 던지면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여건을 좀처럼 제공하지 않는다.
■불펜진 양극화
선발이 조기 강판돼도 SK가 8연승까지 올 수 있었던 근본 배경은 결국 불펜이다. 특히 조웅천-정대현의 잠수함 계투 라인은 김성근 감독이 좌타자 상대로도 맞대결을 시킬 만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카드다. 그러나 SK 불펜진의 특장점이던 옵션 다양화는 갈수록 희미해지는 추세다. 좌완 정우람과 우완 윤길현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이한진이나 김원형도 롱 릴리프로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탓에 김성근 감독의 조웅천 호출 템포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정대현의 연속 등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투수가 7명이나 나왔다'는 질문을 받으면 "(불펜 투수가 총 7명인데) 1명 덜 썼다"는 식으로 받아치는 김 감독의 화법에 미루어 도대체 승리투수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의 릴레이 계투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하위팀만 공략?
SK의 8연승은 롯데전 5승과 LG전 3승으로 나왔다. 그러나 두산(6승 6패)-한화(4승 2패 2무)-삼성(1승 3패 2무) 같은 상위권 팀들에는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나 포스트시즌은 강팀과의 대결로 사실상 판가름난다. 여기서도 힘 대 힘의 대결보다 시뮬레이션과 순발력에 능한 김성근 야구가 제 기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누가 뭐래도 SK가 여기까지 성취하는 데 김성근 감독의 '선수 이름을 묻지 않는' 리더십이 순기능적으로 발휘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SK 팀 전체가 김 감독의 판단력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 역시 심화되고 있다. 어쩌면 이 점이야말로 SK의 가장 큰 불안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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