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김재걸-전병호, '아름다운 활약'
OSEN 기자
발행 2007.06.29 14: 38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한 광고 카피가 틀린 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다. 삼성 김재걸(35, 내야수)와 전병호(34, 투수)가 그 주인공. 야구 선수에게는 정년이나 다름 없는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맹활약을 펼치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덕수상고-단국대를 거쳐 지난 1995년 우여곡절 끝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재걸은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답게 화려한 수비 실력을 자랑했으나 방망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로 대수비 혹은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김재걸은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2년 연속 정상을 이끌었다. 팬들은 그를 '걸사마'라 부르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올 시즌에도 내야진의 줄부상으로 팀이 위기에 빠졌지만 김재걸은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항상 그 자리를 지켜줬다. 최근 어깨와 허리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조동찬을 대신해 주전 3루수로 뛰고 있는 김재걸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 26일 대구 두산전에서 1회 수비에서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는 호수비로 팬들을 박수 갈채를 받은 김재걸은 1회 1사 후 선두 타자로 나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작렬한 뒤 심정수의 좌월 2점 홈런으로 홈을 밟았다. 1-0으로 다소 불안하게 앞선 삼성의 2회 공격. 1사 만루 추가 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걸은 재치있는 번트로 3루 주자 진갑용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28일 경기에서도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5회 2사 1,2루에서 좌중간 안타를 터뜨리며 1-0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정도면 주전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김재걸은 항상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겸손하게 대답한다. 팬들이 그를 '걸사마'라 부르며 아낌없은 격려를 보내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야구 명문 대구상고-영남대를 거쳐 1996년 고향팀에 입단한 전병호는 이듬해 10승(8패)을 올리며 성준-김태한을 잇는 삼성의 간판 좌완 투수로 성장할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어깨 통증과 볼스피드 감소와 변화구의 위력이 약해지며 서서히 퇴색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3년 8승을 올리며 잠시 반짝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며 '이제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흐르는 세월에 그냥 파묻혀갈 뻔했으나 그는 변화를 시도했다. 다름 아닌 싱커 장착. 비록 직구 최고 구속은 130km대에 불과했으나 포크볼, 슬라이더, 싱커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전병호는 지난 시즌 10승(8패)을 올리며 1997년 이후 9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전병호는 별 어려움 없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국보 투수 출신 선동렬 삼성 감독에게 무한 신뢰를 받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올 시즌 전병호는 최고 구속 130km가 안되는 직구에도 불구하고 노련함과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들을 잠재운다. 특히 '흑마구'라 불리는 그의 변화구는 알고도 못친다는 게 상대 타자들의 설명. 28일 현재 4승 3패에 방어율 3.45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병호는 '외국인 에이스' 제이미 브라운(5승)에 이어 다승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화려한 새 물건보다 오래된 골동품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그들이 '옛것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what@osen.co.kr 김재걸-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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