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저지는 최악이지만 방망이는 최고이다. 현대의 18년차 안방마님 김동수(39)가 ‘분노의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최고령 현역 타자인 김동수는 주임무인 포수로서는 도루 저지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갈수록 매서움을 더하고 있다. 김동수는 특히 상대팀의 발 빠른 주자들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면 곧바로 응징을 한다. 이닝이 끝난 후 공격에서 더욱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도루로 내준 점수보다도 안타로 만회한 득점이 더 많은 경우가 꽤 된다. 지난 28일 LG전도 마찬가지였다. 1회와 2회 이대형과 김상현에게 도루를 허용한 김동수는 2회 좌중간 2루에 이은 선취득점, 3회 좌전안타로 바로 보복에 성공했다. 김동수는 ‘도루를 허용한 날은 더 열심이다’는 물음에 “복수”라고 한마디로 답한다. 약한 어깨를 약점으로 파고 들어 상대팀이 도루로 신경을 건드린 것에 대해 방망이 공격으로 되돌려준 것이라는 얘기다. 근년 들어 김동수의 도루저지율과 타율을 살펴보면 ‘도루허용과 방망이 응징’의 상관관계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도루 저지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04년 3할3푼3리로 8개구단 주전 포수 중 6위를 시작으로 2005년 2할9푼1리(4위), 2006년 1할9푼5리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도 현재 1할7푼2리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루 허용은 포수보다도 투구 폼이 큰 투수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김동수의 어깨가 예전만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현대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투구 폼이 크기도 하다. 반대로 타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4년 2할5푼1리에서 2005년에는 2할1푼9리로 주춤했으나 2006년 2할7푼9리로 높아졌다. 그리고 올 시즌은 현재 3할1푼2리의 고타율로 8개구단 포수 중 최고를 마크하고 있다. 전체 타격 순위에서도 당당히 7위에 랭크돼 있다. 또 한 명의 '3할 포수' 조인성(LG)은 3할 6리로 10위에 올라 있다. 한마디로 떨어지는 도루 저지를 방망이로 확실하게 만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대 벤치는 김동수의 이런 면 때문에 팀 공헌도가 높은 주전포수로서 애지중지하고 있다. 마땅한 백업포수가 없는 현대는 김동수가 안방을 지켜주는 것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젊었을 때는 장타력도 좋은 공수 겸비 포수에서 이제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안타제조기’로 변신에 성공한 김동수는 베테랑 포수로서 안정된 투수리드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는 그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기에 현대 투수들은 믿고 투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분노의 방망이’로 회춘하고 있는 김동수가 '40세 포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