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두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비와 전도연이다. 먼저 비. 한국의 톱가수이자 배우로서 그는 두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배우로는 워쇼스키 형제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피드 레이서'에 당당히 조연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말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스크린 데뷔를 한 그는 주연을 맡아 열연했고, 이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덕분에 세계 무대에 얼굴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차근차근 계단을 밟기 시작한 스크린 쪽과 달리, 출발부터 거창했던 가수로서 월드스타의 꿈은 계속 꼬여가는 중이다. 비는 세계 무대를 강타한 노래 한 곡 없이 월드스타로 불리기 시작했다. 기획사의 자가발전 냄새가 짙었던 의도적 월드스타 꾸미기가 문제였던 셈이다. 미국 일부 대도시 공연의 몇차례 성황과 유력 일간지들의 보도만으로 비측은 월드스타임을 자신했다. 그래서 내놓은 게 월드투어다. 주관사인 스타엠의 호언과 달리 미국지역 월드투어는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하와이 공연 취소로 법정 소송에 휘말리더니 1일(한국시간) LA에서는 공연 시작 1시간 30여분을 앞두고 돌연 문을 걸어잠갔다. "현지 공연기획사의 자금 문제 때문"이라는 해명이지만 여러가지 오해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티켓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의문부터 제기하는 실정이다. 이 월드투어는 총 제작비 380억원 규모에 관람 예상 인원 80만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지난 해 12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막을 올렸다. 아시아에서 바람을 일으켜 태풍처럼 하와이를 거쳐 미국 본토에 입성하겠다는 거창한 전략이다. 그러나 비의 미국 공연은 LA에서의 해프닝으로 무대 한번 밟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 3대영화제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칸은 올해 여우주연상을 전도연에게 안겼다. 세계 무대에 제대로 서본적이 없던 한국의 연기파 배우 전도연은 이로써 월드스타란 애칭을 새로 얻었다. 지난 1987년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 20년 만에 찾아온 경사였다. 칸의 여우상은 아시아 전체를 놓고도 지금까지 단 4차례일뿐. 상 자체가 갖고 있는 권위나 그 희소성만 따졌을 대 전도연의 수상은 월드스타라고 불릴만한 쾌거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수상을 앞두고 AP, '뉴욕 타임즈' 'LA 타임스' 등 주요 언론 매체들이 영화 '밀양' 보다 전도연의 혼이 실린 연기에 극찬을 보냈다. 앞으로 전도연이 해외 영화에 진출할수 있는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전도연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월드스타'란 말을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고 아직 한국에서도 해야할 일들이 많다"고 해외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의 이미지와 인기는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활동이 주춤하자 국내 연예계는 월드 스타를 노리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느라 한창이다. 그러나 노래, 영화, 드라마 등 국내 연예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배우, 가수 부터 월드스타를 자신하는 건 시기상조다.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비, 그보다 먼저 빌보트 톱10 안에 자신의 히트곡을 올리는 게 가수 월드스타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