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야구의 신(神)이 되려나. 김성근(65) SK 감독은 야구의 신으로 불리웠다. 김응룡(66) 현 삼성 사장이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한 수 아래였던 김성근 감독의 LG에 고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그는 야구의 신이었다"고 말했다. 패배한 상대팀 감독에 대한 최고의 수사였다. 그러나 실제 의도는 달랐다. 나중에 김응룡 사장은 "야구의 신이라고 말한 것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나는 야구의 신을 이겼다"고 말했다. 다분히 야구의 신마저 이겼다는 김응룡식 어법이었다. '야구의 신'은 2002시즌을 마감하고 졸지에 야인이 되었다. LG 사장과 불화 끝에 지휘봉을 내놓고 말았다. 당시 LG 프런트를 팬들의 극심한 비난을 받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5년 간의 야인생활을 끝내고 SK 사령탑으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은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SK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구단 창단 이래 최다인 10연승을 구가하며 독주 모드에 진입했다. 이에 앞서 개인 통산 900승의 위업도 달성했다. 이젠 다른 팀 감독들은 SK 독주에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순회코치로 활동하면서 바비 밸런타인의 토털야구를 눈여겨 보았다. 밸런타인 감독은 신인급들을 강력하게 조련해 주전으로 발돋움시켰고 매경기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였다. 일본 언론은 매일 바뀐다는 뜻의 '히가와리 타선'이라는 단어를 붙여주었다. 김성근의 SK도 비슷하다. 지난 가을캠프부터 투타에 걸쳐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시즌들어 이들이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매 경기 타선이 바뀌었다. 기존의 주전들은 졸지에 경쟁을 해야 되는 처지가 됐고 결과적으로 전력상승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바 롯데는 2005년 일본 천하를 통일했다. 시범경기, 정규리그, 교류전, 일본시리즈, 코나미컵까지 석권했다. 바로 밸런타인 감독의 토털야구 파워에서 비롯됐다. 지난해는 주전들이 WBC 대회에 대거 출전해 실패했지만 올해는 니혼햄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김성근의 SK도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제패를 노릴 만큼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독주 모드에 돌입하면 사실상 다른 팀들의 견제가 무뎌지게 된다. 손쉽게 한국시리즈에 선착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900승을 돌파했지만 여지껏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어쩌면 '야구의 신'이라는 말은 아직은 미완성이다. 대망의 우승을 이뤄야지만 완성되는 칭호가 아닌가 싶다. 지금 김성근 감독이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