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전 오더'. 3일 KIA-롯데전을 앞둔 사직구장. 갑자기 KIA 덕아웃이 부산해졌다. 이날 선발 출전 선수명단 제출시간인 5시 30분을 15분 남겨두고 서정환 감독이 김종모 타격코치와 함께 선발 라인업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응, 다 된다고 그래?". "네, 아직". 애타는 말들이 오간다. 대개 그날 출전 명단은 일찌감치 결정된다. 감독이 라인업을 생각해놓고 있고 그날의 컨디션을 봐가며 타격코치와 논의를 거친다. 선발 라인업 작성이 끝나면 타격코치가 경기 개시 1시간 전에 상대팀 오더와 교환한다. 그러나 KIA는 이날 오더 제출 직전까지 선발 라인업의 얼개도 마련하지 못했다. 워낙 부상선수들이 많아 누가 나갈 수 있을지 몰랐다. 이날은 이용규(왼발목) 김종국(왼어깨) 장성호(왼무릎) 김상훈(낭심)의 출전 여부가 관심사였다. 특히 속을 썩힌 선수는 장성호. 다른 선수들은 점검 결과 모두 오케이 사인을 냈는데 장성호가 막판까지 출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서정환 감독은 수비가 안되면 지명타자로 쓸 요량이었다. 더욱이 장성호가 타격 훈련을 쉬겠다며 그라운드에서 사라져 서 감독을 애태우게 만들었다. 결국 출전 의사를 밝히고 스파이크로 갈아 신는 장성호를 지켜보며 "제발 1군 선수들이 좀 뛰어야 살지"라며 애원에 가까운 푸념을 했다. 장성호는 가벼운 토스 배팅을 마친 뒤 배팅게이지에 들어가 몇 차례 타격훈련을 했다. 약간 통증을 느끼는 듯했으나 서 감독의 애타는 얼굴을 봤는지 꾹 참고 출전했다. KIA는 이전 경기인 지난 6월 30일 광주 LG전에는 주전 7명이 빠진 채 경기를 했다. 모조리 부상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도 편하게 오더 한 번 짜는 게 소원"이라는 서정환 감독. 이날 '10분 전 오더'가 KIA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