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이 드디어 영화 산업에 진출했다. 영화사 SM픽쳐스를 만들었고 첫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은 소속 아이돌 그룹인 슈퍼주니어 멤버 전원이다. 영화를 찍었나 아니면 장편 뮤직비디오를 찍었나 궁금해지고 걱정되는 대목이다. 일단 영화의 기본은 시나리오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얘기대로 좋은 시나리오에서 나쁜 영화가 나올 수는 있어도 나쁜 시나리오에서 좋은 영화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할리우드와 충무로를 불문하고 인기 그룹이나 가수를 위해 짜맞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든 경우는 잦았지만 성공 확률은 극히 낮았다. 탄탄한 시나리오가 태어난 뒤에 배우를 고르는 게 정석이고 제대로 된 길이기 때문이다. 요즘 톱스타들을 다수 보유한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이 영화 기획과 제작에 관여하면서 자사 소속 배우들로 캐스팅을 채우고 심지어 시나리오를 손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역시 이같이 편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뜸한 게 현실이다. 그러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어떨까. 일단 제목만으로도 13명 슈주 꽃미남 멤버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라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장르는 '고등 미스터리 코믹극'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어느 날부터 당대 최고의 꽃미남들을 대상으로 연쇄테러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는 나레이터가 사건개요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범인 찾기가 아닌 피해자 꽃미남들에게 사회의 관심이 몰리면서 이들은 스타로 등극한다. 결국 다음 테러대상으로 지목된 한 학교의 꽃미남들이 테러를 당하기 위한 작전을 짠다는 것이 시나리오의 골격이다. 제작진은 '영화속 꽃미남 역할 6명을 모두 꽃미남인 슈주 13명에서 고르느라 애먹었다'고 애로 아닌 애로점을 토로했다. 영화 촬영이 막 진행되던 중에 슈주의 신동희 박정수 조규현이 타고 가던 밴이 전복되는 사고까지 있었지만, 슈주 멤버 전원이 주 조연을 맡았던 참이라 배역 교체로 일정에 무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야말로 슈주의, 슈주에 의한, 슈주를 위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슈주 팬들에게는 분명 기쁜 일이겠지만 영화 관객 입장에서는 극의 완성도에 의심이 갈수 밖에 없는 상황. 앞으로 SM의 영화진출이 성공할 지 여부도 이 대목에서 가늠이 가능하다. 소속 가수들의 연기자 겸업을 위한 교두보 정도로 영화사를 생각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mcgwire@osen.co.kr SM픽쳐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