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무대가 좋아서. 전라도 광주의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4일 갑자기 부산의 사직구장에 나타났다. 최하위에서 신음 중인 고향팀 KIA를 응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응원의 메카인 사직구장의 무대에 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녀 9명으로 구성된 전남대학교 영어회화 동아리 BBC 소속 율동대는 이날 KIA-롯데의 경기가 열리기 직전 1루측에 마련된 응원석에 올라가 부산팬들에게 멋진 춤을 선사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분. 그러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애교 만점의 춤을 추고 내려갔다. 전라도에서 온 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깜찍한 춤을 추자 부산 관중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BBC 동아리 학생들은 며칠 전 롯데 마케팅팀에 전화를 걸어 응원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롯데 구단은 주로 부산 경남지역 대학생이 나서는 응원의 자리였지만 전남대 학생들이 특별히 전화까지 걸어오자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이들은 2분 동안의 춤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광주에서 부산까지는 고속버스로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다시 사직구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더하고 돌아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꼬박 하루가 날아간다. 이들은 공연을 마치자 마자 광주로 돌아갈 차편에 쫓겨 곧바로 사직구장을 떠났다. 느긋하게 야구 구경도 할 수 있었겠지만 응원단에 여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부산에서 묵을 수는 없었다고. 동아리 율동대를 이끈 김옥준(25) 씨는 "광주구장서는 비 때문에 경기가 연기되는 바람에 오르지 못했다. 그냥 무대에 오르고 싶어서 부산까지 찾아왔다"는 말을 구단 직원에게 남겼다. 단 2분 간의 율동을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열정. 바로 젊음의 특권일까. sunny@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