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동료애도 없는 것일까. 지난 5일 사직구장에서는 롯데와의 경기를 벌인 KIA 선수들은 경기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번의 만루찬스를 살리지 못해 6연패를 당했다. 비단 경기뿐만 아니었다. 자신의 동료를 보호할 의무마저 잊어버린 어이없는 상황도 나왔다. 1-5로 뒤진 8회말 2사1루에서 소방수 한기주의 투구가 잇달아 롯데 선수들의 몸에 맞았다. 빈볼이 나올 시점이 아니었고 오랫만의 등판인지라 제구가 제대로 안되는 듯했다. 문제는 한기주가 정보명에게 두 번째 사구를 기록했을 때 양팀 덕아웃의 풍경이 사뭇 달랐다. 롯데 선수들이 한두 명씩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나오기 시작했다. 정보명이 다소 흥분해 한기주에게 몇 마디하자 지원부대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반대편의 KIA 덕아웃은 조용했다. 단 한 명도 그라운드로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20살짜리 한기주만이 표정이 일그러진 채 마운드에 외로이 남아 있었고 포수 송산도 어정쩡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대개 상대편 덕아웃 선수들이 나오면 누가 잘못했든 이쪽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뛰쳐 나가기 마련이다.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고 기싸움 측면에서도 상대의 무력시위에 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메이저리그를 들먹이지 않아도 상식이나 다름없다. 결국 롯데선수들도 더이상 문제 삼지 않았고 주심이 적극적으로 제지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KIA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서도 패했지만 동료에 대한 의무감마저 저버렸다. 최하위에 빠져 있는 KIA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