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금나라가 마지막에 죽을까 살까? 해답은 지난 5일 본편 마지막회에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졌다. 목말랐던 궁금증의 시원한 해갈은 그 때까지 기다려온 시청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요즘 인기 드라마의 결말은 극이 끝나기도 전에 공개되서 김을 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바로 드라마 스포일러다. 스포일러란 영화 등의 중요한 내용이나 결말을 남한테 먼저 알리는 행위다. 나이트샤말란의 공포 스릴러 '식스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의 정체를 누군가 미리 알려줬다면 영화의 재미는 반감된다. 브라이언 싱어의 범죄 스릴러 '유주얼 서스펙스'는 스포일러에 관한 유머까지 나와있다. 27명이 사망하고 9100만 달러가 증발한 부두의 범행 현장, 범인을 쫓아 긴박하게 돌아가는 하이라이트를 앞두고 객석에서 팝콘을 먹던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친다. "나는 알아, 범인은 OO야." '쩐의 전쟁'처럼 전국 시청률이 30%를 웃도는 인기 프로들은 그만큼 시청자들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높다. 그래서 앞다퉈 나오는 게 '결말은 이렇다' 기사다. 드라마와 방송국 관계자 등 제법 믿을만한 소스를 인용해 떳떳하게 스포일러를 저지른다. 이에 대해 SBS 드라마 관계자는 "정확한 극의 결말은 방송국 내에서도 특급 기밀이고 사전에 밖으로 새나가지않도록 철저히 단속한다. '쩐의 전쟁' 때는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날지 여부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마지막 방송 하루전까지 결말을 나름대로 단정한 기사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작가와 제작사가 의도적으로 알린 내용도 있지만 상당수는 귓동냥으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다는 설명이다. 또 드라마 스포일러 기사는 시청자 여론으로 작가에게 극의 결말을 바꾸도록 하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로 '누구와 누가 결혼하게 된다'는 식으로 작가의 의도가 알려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청자들이 게시판을 도배하고 항의 메일을 보내는 사태를 빚는다는 것. 최근에는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주연 남녀들의 여러 갈래 애정 전선을 놓고 시청자 압박에 고민하고 있다. 이민용-서민정의 민민 라인과 이윤호-서민정의 윤민라인을 응원하는 의견이 갈리고 여기에 이민용과 신지의 재결합을 원하는 주장까지 가세하면서 홈페이지 게시판은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영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거침없이 하이킥'의 결말을 암시하는 스포일러성 기사들이 나오는 중이다. 영화 관련 기사들은 오래전부터 스포일러를 금기시하고 있다. 시사회 리뷰 기사에서 글의 전개상 부득이할 경우에는 '스포일러 있음'이라는 경고문을 달곤 한다. 스포일러성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항의도 대단하기 때문에 묵시적으로 굳어진 관행이다. 드라마는 어떨까. 2~3시간 한편짜리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긴 편수로 이어진다. 스포일러성 기사들로 계속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게 시청률 상승에 도움을 준다는 제작사의 전략 때문인지, 인터넷 상에는 결말을 먼저 얘기하고 알려는 사람들로 늘 만원을 이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무죄일지 유죄일지는 결국 시청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