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세계 최고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ESPN이 현장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것도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장에서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ESPN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맞아 자사의 야구 전문 뉴스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투나잇'을 경기장인 AT&T파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ESPN은 올스타전이 열릴 때 마다 연례행사로 현장에서 이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ESPN 제작진에게 올스타전 취재진에게 발급하는 미디어 크리덴셜을 한정된 개수만 배포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베이스볼 투나잇의 현장 진행은 무산됐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괘씸죄'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9일 CNN 계열의 케이블 영화, 스포츠 전문 채널 TBS에게 독점방송권을 부여해 팬들의 올스타 최종명단을 공개했다. 78회를 맞는 올해 올스타전의 흥행몰이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8일 TBS의 방송이 끝나기 전 ESPN이 일정시간까지 보도 제한을 의미하는 '엠바고'를 깨고 올스타 명단을 미리 발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TBS는 적지 않은 손해를 봤고 내심 '잔치 분위기'를 기대했던 메이저리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TBS의 방송이 끝날 때까지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모든 미국 매체와 했기 때문이다. ESPN측도 할 말은 있다. 방송이 끝나기 전 AP통신이 타전한 올스타 명단을 보고 이를 방송을 통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P는 실수를 확인한 뒤 곧바로 엠바고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통보해 '화'를 면했다. ESPN은 알면서도 TBS 행사에 '재'를 뿌리기 위해 '오버'한 셈이다. 결국 ESPN의 행태를 보다 못한 메이저리그는 벌칙을 부과하기로 하고 ESPN 제작진의 취재증을 한정된 수량만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ESPN은 지난 2005년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8년 24억 달러라는 거액에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방송사. 메이저리그 입장에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규율을 어긴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미국 특유의 시스템이 이번에도 작동한 셈이다. 올해 올스타전은 공중파 방송 FOX가 중계한다. ESPN은 평소대로 코네티컷주 브리스톨의 본사 스튜디오에서 베이스볼 투나잇을 방송하기로 했고, 샌프란시스코 현장에는 리포터 몇명만 파견한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