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기적'은 지속 가능한가.
두산 베어스는 지난 9일까지 39승 34패 2무를 기록, 2위 한화(38승 32패 2무)에 0.5경기 뒤지는 3위다. 1위 SK에 이어 두 번째 40승 고지에 가장 접근해 있다. 5월 4일까지 꼴찌에서 헤매다 6월 10일 삼성전 승리로 37일 만에 1위까지 치고 올라가기까지 했다. 한때 시즌 포기까지 고민했다던 김경문 두산 감독은 이를 두고 "내가 봐도 신기한 팀"이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두산의 4월 개막부터 5월 초반까지 버팀목은 선발의 랜들과 불펜의 임태훈이었다. 이어 5월 3일 SK전부터 6월 17일 SK전까지 대반격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2루수 고영민-외야수 민병헌-포수 채상병 등의 '출현'이었다. 여기에 이적생 이대수, 각성한 최준석 등이 김동주, 홍성흔의 부상과 부진을 메워줬다. 또 에이스 리오스는 5월부터 '필승카드'의 바통을 랜들로부터 넘겨받았다.
이런 두산이 7월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1주를 남긴 상황에서 랜들과 홍성흔은 아예 2군으로 내려가 있다. 현대-SK와 6연전을 남기고 있지만 로테이션상 리오스의 등판은 1차례(7월 13일 SK전 유력)만 가능할 전망이다.
따라서 불펜->타선에 이어 선발진에서도 '기적'이 나타나야 할 시점이다. 이는 두산의 후반기 운용을 좌우할 요소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전반기에만 총 10명의 선발을 실험했다. 그러나 '묻지마 기용'했던 김명제는 기대를 저버렸고, 금민철-김승회도 선발에서 탈락했다. 구자운은 다쳤고, 이경필은 불안하다. 이 때문에 김상현-노경은을 현재 선발진에 끌어다 쓰고 있다.
이 중 우완 김상현(27)은 10일 잠실 현대전 선발로 예고됐다. 따라서 15일 SK전(일)에도 등판할 확률이 높다. 두산 선발진의 '기적 사례' 1순위 후보인 셈이다. 4승 3패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중인 김상현은 패전을 당하긴 했으나 5일 LG전서 6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깜짝 호투했다. 30⅔이닝을 투구, 피안타가 많은 편이지만(33개, 4피홈런) 삼진도 30개나 잡았다. 김 감독이나 윤석환 투수코치가 선호하는 공격적 타입이다.
팔꿈치 이상을 노출한 랜들이 불안한 상황인지라 김상현의 전반기 마지막주 투구는 두산의 해피엔딩을 가름할 변수다. 프로 입단 7년째인 올 시즌에야 첫 승(그러나 아직 선발승은 없다)을 따냈던 김상현이 임태훈에 이어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자리매김할 경우, '미러클 두산'은 완성될 수 있다.
sgoi@osen.co.kr
김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