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괜히 강타자가 아니다. 치고 나갈 때와 뒤로 빠질 때를 잘 파악한다. 홈런 20개로 홈런더비 1위를 독주하고 있는 현대 용병 거포 브룸바(33)가 '영리한' 레이스 운영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브룸바는 홈런을 치기 어려울 때는 '팀 플레이'에 집중하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가 시작되자 팀 플레이어로 훌륭하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두산전이 그랬다. 브룸바는 이날 홈런 대신 안타, 볼넷, 도루, 호수비로 팀의 한 점차 승리(4-3)를 이끌었다. 브룸바는 3-3으로 맞선 5회 고의사구성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한 뒤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도루 성공과 후속 이숭용의 적시타로 홈인, 결승 득점을 올렸다. 발이 느리고 몸이 완전치 않은 탓에 상대의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 올 시즌 2번째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어 우익수로 나선 7회 수비에서는 2루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내는 호수비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브룸바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영리한 플레이'의 단면을 드러냈다. 브룸바는 "날씨가 좋아지면서 몸이 빨리 풀리고 컨디션이 더 좋아지고 있다. 최근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져 내가 찬스를 못살려도 후속타자에게 맡긴다는 기분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면서 "팀 플레이에 주력하게 되니 개인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팀의 4번타자로서 홈런 등 장타를 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속 홈런을 몰아쳐서 홈런왕에 도전하겠다. 올해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이며 홈런왕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마디로 투수 견제가 심할 때에는 '팀플레이'로, 느슨할 때는 홈런포를 몰아쳐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야망인 것이다. 한국무대에서 '야구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브룸바가 2004년 아깝게 놓친 홈런왕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