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스타전은 팬들에게는 스타들의 경연장으로 즐거운 볼거리다. 하지만 성적이 저조한 팀의 감독들에게는 '무덤'과도 같았다. 이른바 '올스타 괴담'이 그것이다.
올스타 휴식기에 분위기 전환을 노린 구단 프런트가 전격적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1987년 김동엽 MBC 청룡 감독이 올스타전 기간에 경질 당한 것을 시작으로 1996년 LG 이광환 감독, 1998년 한화 강병철 감독, 1999년 쌍방울 김성근 감독 등이 올스타 휴식기에 감독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근년에는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보다는 그 이전이나 이후에 교체하는 경우로 바뀌어가고 있다. 2004년 KIA 구단은 김성한 감독을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올스타전이 끝난 후인 7월 26일 중도하차시켰고 2006년 LG 구단은 이순철 감독을 올스타전 훨씬 이전인 6월 6일 물러나게 했다.
구단들이 이제는 관심이 집중되는 올스타 브레이크 보다는 그 이전이나 그 이후에 감독을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올해까지 2년 간은 '올스타 괴담'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도 올스타 이전에 최하위인 KIA 서정환 감독의 교체설이 돌기도 했으나 구단에서 '교체는 없다'고 공언, '올스타 괴담'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
또 시즌 중반에 사령탑을 교체하는 일이 선수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올스타 괴담'이 사라지고 있는 한 이유다. 지금까지 올스타 브레이크 때 감독 교체를 단행한 팀이 후반기에 대반전을 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감독들로서는 그야말로 '별들의 축제'인 올스타전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성적 스트레스에서 잠시 해방돼 마음껏 올스타전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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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롯데) 김성근(SK) 김인식(한화) 감독이 지난 16일 올스타 전야제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