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는 겨우 통과했지만 이란을 깨고 결승까지 달려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레인을 꺾어준 덕분으로 가까스로 8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난적 이란을 맞아 다시 한 번 전의를 불태운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장소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로 옮겨 오는 22일 오후 7시 20분 이란과 4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이 A매치에서 이란을 꺾은 것은 지난 2005년 10월 12일.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조원희가 A매치 첫 경기 데뷔골 기록을 세우며 '신데렐라'로 급부상했고 김진규가 쐐기골을 넣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이란전 A매치 1무 1패뿐이다. 지난해 9월 2일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는 설기현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막판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고 지난해 11월 15일 벌어진 원정경기에서는 0-2로 완패했다. 여기에 카타르 아시안게임 3~4위전까지 포함하면 1무 2패의 전적이다. 무엇보다도 베어벡 감독의 당면과제는 이란전 승리다. 이미 이란의 아미르 갈레노에이 감독은 자신들의 공격력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한편 한국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겠다고 단언했다. 여기에 한국이 결코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며 강한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갈레노에이 감독의 이같은 자신감이 거슬리긴 하지만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보여줬던 경기 모습으로는 이란전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둔다고 자신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이란이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점차 수비진이 안정을 찾고 있어 크로스에 이은 포스트 공격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전술로는 쉽게 허물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이란을 이기기 위해서는 중앙 돌파와 깜짝 중거리 슈팅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이천수가 왼쪽 측면부터 아크 정면까지 수비수 4명을 제치는 강력한 돌파가 우선되어야 하고 2년 전 김진규가 보여줬던 생각하지도 못했던 강력한 중거리 슈팅도 이란의 수비를 허물 수 있다. 아시안컵에서 4개 대회 연속 이란을 8강에서 만난 한국이 지난 2004년 중국대회 3-4 패배를 설욕한다면 결승까지 줄달음질 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일단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그대로 남아 4강전을 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도 베트남 아니면 한국이 평가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던 이라크다. 난파 직전까지 몰렸던 베어벡호가 기사회생해 난적 이란을 물리치고 결승전 진출이라는 닻을 내리고 47년 만의 우승이라는 항구에 무사히 정박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tankpark@osen.co.kr 지난해 9월 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서 벌어진 2007 아시안컵 예선 이란전 전반 44분 설기현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성공시키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