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심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OSEN 기자
발행 2007.07.19 21: 10

프로야구에서 심판위원은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심판이 없다면 경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선수, 구단 등 이해 당사자들의 분쟁으로 ‘동네야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심판이 프로야구의 전부는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 총괄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 그리고 여기에 한 요소로 판정관인 심판이 있어 프로야구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잘 돌아갈 때 프로야구가 발전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 심판진이 내홍으로 시끄럽다. 심판위원장 자리를 놓고 밥그룻 싸움으로 시작된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일부 심판진의 ‘집단행동 위협’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허운 심판을 비롯한 25명의 1, 2군 심판위원들은 19일 집단 기자회견을 자청,‘후반기 개시일인 20일 경기 전까지 KBO에서 시즌 후 1군 심판조장들을 다시 선임한다는 약속을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경기를 보이콧하고 심판복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자칫하면 프로야구판 전체를 깰 수도 있는 KBO를 향한 이날 요구는 25명의 심판위원들의 이름으로 밝혔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태의 핵인 허운(48) 심판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허운 심판 자신은 “나는 1군이든 2군이든 상관없다”고 밝히면서 본인보다는 심판진 전체를 위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허운 심판 문제로 인해 시작되고 확대됐다는 것은 야구계 인사들은 잘 알고 있다. 허운 심판이 조금만 참고 기다렸으면 자연스럽게 심판위원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일을 선배들을 제치고 빨리 하려다가 일이 틀어지면서 문제의 발단이 됐다는 게 야구계의 인식이다. 후배 심판들이 많이 따르는 그는 전임 사무총장 시절부터 차기 심판위원장으로 공공연히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심판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선배인 김호인(53) 심판이 먼저 위원장이 되고 지난 시즌 종료 후 1군 심판조장들을 물갈이하면서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올해 초 ‘1년간 2군행’의 징계를 받았다. 신상우 KBO총재가 최근 화합 차원에서 1군 복귀를 지시했으나 김호인 심판위원장이 ‘인사 원칙이 무너진다’며 반발, 명령 불복종으로 김 위원장은 대기발령 조치를 당했다. 위원장은 낙마했지만 허운 심판은 1군 복귀를 하면서 ‘심판진의 ⅔가 나를 따른다’며 세를 과시하는 발언으로 화를 불러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허 심판은 1군에 복귀하면서 ‘신임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의 투표로 뽑자’는 제안까지 해서 KBO측을 당혹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19일 심판들의 집단 기자회견에서 ‘보이코트 및 집단사퇴 위협’ 사태까지 터져나온 것이다. 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인 한 사람의 ‘밥그룻 싸움’이 이제는 심판진의 파벌싸움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놓고 도박을 걸려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의식있는 야구계 인사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허운 심판의 조급함을 나무라고 있다. 한 야구계 인사는 “아직 선배들도 있고 나이도 젊은데 너무 빠르게 위원장 자리에 욕심을 낸다. 일선에서 좀 더 열심히 일하면 자연스럽게 위원장에 오를 텐데...”라며 현재의 사태를 안타까워했다. 모처럼 프로야구에 열기가 불고 흥행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심판진이 차가운 이성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대부분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서 프로야구가 발전하는 데 기여했고 지금은 심판위원으로서 한 몫을 해내고 있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프로야구판 전체를 깨는 일은 절대 말아야 한다. 이번 싸움이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20년이 넘은 한국 프로야구가 심판진에 의해 좌지우지될 정도로 취약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sun@osen.co.kr 허운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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