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위 굳히기, 김광현에게 물어봐'. SK 와이번스의 전반기는 완벽에 가까웠다. 승패차 16(46승 30패 5무)의 창단 첫 1위로 전반기를 마감했고, 두산-한화 등 2위 그룹과의 승차는 4경기 이상이다. 개인 성적은 도드라지지 않지만 팀 기록은 평균자책점 1위(3.31)-팀 홈런 1위(77개)를 석권, '전원야구'의 정점을 보여줬다. 유일하게 전반기 400득점(406점)을 넘긴 팀이기도 하다. SK의 전반기 성취가 돋보일수록 '후반기엔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지 않겠나? 고로 떨어질 일만 남은 것 아닌가?'란 회의론 역시 비등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SK는 전반기에 제대로 써먹지 못한 '히든 카드'를 한 장 더 갖고 있다. 좌완 루키 김광현(19)이다. 김광현의 1군 복귀 첫 등판은 지난 13일 문학 두산전이었다. 김광현의 투구폼 교정 후, 첫 1군 테스트 등판이었지만 당일 두산 선발이 리오스였기에 사석(死石)의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김광현은 5⅓이닝 4피안타 1볼넷 1실점 6탈삼진(103구)을 기록했다. 드러난 숫자를 떠나 질적으로 프로 데뷔 이래 최고 피칭이었다. 비록 구원투수 김원형이 적시타를 맞아 0-1로 패했으나 예상 이상의 소득이었다. 당일 경기를 참관한 일본의 오릭스 구단 관계자들이 감탄했을 정도라는 전언이다. 그들은 김광현을 다나카 메이(라쿠텐 소속의 고졸 신인 투수로 올 시즌 퍼시픽리그 올스타로 선출됐다)와 비견하기까지 했다. 굳이 일본 관계자의 칭찬을 빌리지 않더라도 후반기 SK 마운드의 조커로서 김광현이 기능할 것은 확실시된다. 선발로 들어온다면 채병룡-레이번-로마노의 우투수 일색 선발진에 다양성을 줄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6월 1일 김광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직후, 투구폼과 마인드 개조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김광현은 김 감독 앞에서 거의 매일 100개의 불펜 투수를 했다(전부 합치면 1000구를 훨씬 넘게 던졌다고 한다). 그 무렵 김 감독은 기자들 앞에서 "조금 있으면 용병 하나 올거야"라고 의미심장한 조크를 했었다. 이 예언의 적중 여부가 사상 첫 SK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가를 포인트로 떠올랐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