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심판위원회는 '딴나라 조직'인가
OSEN 기자
발행 2007.07.20 13: 27

한국 프로야구 심판을 관장하고 있는 심판위원회는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조직으로 돼 있다. 노조가 설립된 조직도 아니고 외부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조직도 아니다. 1년 연봉 계약직이지만 분명히 KBO 산하 조직에 있고 KBO의 지시에 따르는 조직으로 돼 있다. 그런 심판위원회가 프로야구 전체와 팬들을 볼모로 잡고 파국 위기를 부르고 있다. 지난 19일 허운 심판계 26명의 심판위원들이 '20일까지 새로운 심판조직을 구성한다는 약속을 KBO가 해주지 않으면 경기 보이콧과 함께 사퇴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야구위원회는 20일 긴급회의를 갖고 '김호인 전 심판위원장과 허운 전 심판팀장을 오늘(20일)부로 계약해지하고 황석중 전 심판위원장을 심판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또한, 모든 심판위원들에게는 오늘까지 현장에 복귀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신상우 KBO 총재는 "심판들이 20일 경기 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KBO 규정에 따라 강력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거듭 밝혔다. KBO는 이들 심판들이 합류하지 않아도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심판들과 아마추어 심판으로 경기를 치르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어쩌다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사태가 현재에 이르기까지는 KBO의 무원칙한 행정과 심판진의 그릇된 인식이 주 원인이다. 산하 조직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KBO는 각서파동 등으로 무원칙한 인사행정을 보여줘 사태를 키웠다. 그러나 심판진도 '조직원'으로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 이번 사태의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조 조직도 아니고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도 아닌 KBO 산하 조직의 조직원들이 KBO 상층부의 인사권에 반발한 것은 무리가 따르는 행위다. 노조 조직이 있거나 외부 용역업체라면 KBO와 상관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위원장도 구성원들 투표로 뽑을 수도 있고 조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 한국야구 심판위원회는 엄연히 KBO 산하 조직이다. KBO도 무자르듯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정당한 인사에 대해서도 이처럼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은 일이다. 지난 19일 허운 심판계는 기자회견에서“역대로 어느 사무총장도 심판부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다. 유독 하일성 사무총장만이 심판부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팀장 등 심판 인사는 심판위원장이 총재의 재가를 받아 결정한 게 관행이었다. 이를 어긴 게 하 총장이다. 원 상태로 되돌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심판위원회는 별동대이므로 우리 인사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KBO는 상관하지 말라'는 태도였다. 위원장은 총재가 선임할 수 있으나 조장 등 팀장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지난해 5월 야구인 출신으로 프로야구 안살림을 맡은 하일성 사무총장은 '침체에 빠진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조직의 분위기 쇄신'을 취임 일성으로 밝혔다. 그리고 심판진에 대해서도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신상필벌로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겠다. 우수 심판에게는 억대 연봉 등으로 상을 주겠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심판은 시즌 후 정확한 평가로 퇴출시키는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하 총장은 1군 심판조장 중 오래된 몇 명을 교체했고 그 여파로 현재의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야구인 출신으로, 방송해설위원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야구행정가로서 의욕적으로 실행에 옮겼으나 '남의 인사권을 건드린다'는 심판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심판진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고 있는 하 총장은 "차라리 노조라면 협상하기가 더 나을 것 같다. 현재 심판에 대한 인사권은 KBO에 있다. 총재의 지시를 불이행한 김호인 심판위원장의 대기발령도 그런 차원"이라며 현재로서는 심판진의 '인사권 독립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하고 있다. 물론 부당한 인사조치에 대해서는 항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행위는 프로야구 나아가 심판진 자체의 존립마저도 흔들 수 있음을 심판들은 잘 인식해야 한다. 심판들이 지금이라도 경기 보이콧이나 집단 사퇴 등의 '막가파식' 집단행동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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