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스즈키 이치로(34.시애틀 매리너스) 계약은 정당했을까. '과도한 퍼주기'이라는 비난과 '선수의 가치를 반영한 적절한 계약'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이치로의 이번 계약을 변호하고 나섰다. 보라스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치로 계약은 사실상 '할인된 계약'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에 따르면 이치로의 올 시즌 예상 성적은 타율 3할5푼2리 OPS 8할5푼6리 74타점에 114득점. 데릭 지터(33.뉴욕 양키스)가 지난 2000년 거둔 성적(타율 0.339 OPS 0.897 73타점 119득점)과 매우 비슷하다. 여기에 이치로는 수비가 중요시되는 중견수이고 지터 역시 가장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라는 점을 비교해보면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는 게 보라스의 주장이다. 지터는 2000년 시즌을 마친 뒤 10년 1억 8900만 달러에 양키스와 장기계약했다. 연평균 1800만 달러에 5년 계약한 이치로가 과도한 몸값이라는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2000년 당시 지터는 26세로 전성기를 향해 치닫는 중이었고 지금 이치로는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계약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보라스는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시간의 차이가 오히려 이치로에게 득이 되지 않았다고 되받아쳤다. 지터가 2000년에 계약한 금액을 이치로는 7년이 지나서 받게 됐는데 물가상승률과 메이저리그의 선수 몸값 상승폭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시애틀이 '헐값'에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빌 바바시 시애틀 단장은 2000년 당시의 선수 가치를 2007년에 같은 금액으로 확보한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치로의 에이전트는 토니 아타나시오. 보라스와는 관계 없는 선수다. 그러나 보라스가 이번 계약을 변호하고 나선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치로와 같은 중견수로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앤드루 존스가 올 시즌을 끝으로 FA 시장에 나선다. 가급적이면 시장 가격을 끌어올려야 보라스 자신에게도 득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존스는 에이전트의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타율 2할2푼 19홈런 65타점으로 가장 중요한 시즌을 망치고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