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 출신 과외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은 학생이 무조건 성적이 쭉쭉 올라가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은 생긴다. 그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팀으로부터 한 수씩 배운 수원 삼성과 FC 서울은 어떨까?. 수원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오브 풋볼 2007에서 첼시와 경기를 가졌고 수원의 라이벌인 서울 역시 20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등 특급 스타들이 즐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한판 대결을 펼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 2위를 다투는 팀이고 수원과 서울의 관계처럼 언제나 으르렁거리는 라이벌 의식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수원과 서울이 이처럼 명문 구단들과 한 차례씩 맞붙은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선수들로서는 세계 특급 스타들과 한 번 겨뤄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 시절을 회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쉬운 팀과 경기를 펼쳐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당장은 좋겠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며 "한국보다 더욱 센 팀과 맞붙어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히딩크 감독은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체코 프랑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렀다. 당시 프랑스와 체코에는 0-5 참패를 당하며 혹독한 과정을 거쳤으나 스코틀랜드를 4-1로 꺾고 잉글랜드와 1-1로 비긴 뒤 대회 직전에는 프랑스에 2-3으로 졌지만 접전을 펼치면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고 이는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이어졌다. 차범근 수원 감독 역시 명문 구단과의 경기가 매우 소중한 것이며 이런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차 감독은 "첼시와 맞붙는다는 것은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 최고의 선수와 함께 뛰는 것 하나만으로도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기회"라며 "자신들의 능력과 한계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큰 소득이고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 누구와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로도 크나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수원은 디디에 드록바, 아르옌 로벤, 션 라이트-필립스, 안드레이 셰브첸코 등 국제적인 특급 공격수들이 즐비한 첼시를 상대로 탄탄한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으로 1골만 내주며 선전했고 서울은 비록 4점차의 대패를 하긴 했지만 정조국과 김병지를 제외하고는 성인 대표팀 경험이 전무한 멤버들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당당히 겨뤘다. 이제 수원과 서울은 다음달 1일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만난다. 여름방학에 명문팀으로부터 과외를 받은 두 팀의 맞대결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tankpark@osen.co.kr 지난 5월 2일 수원-서울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