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수목 미니시리즈로 방송된 화제의 드라마 ‘쩐의 전쟁’(이향희 극본, 장태유 연출)이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드라마 방영 초기, 박신양의 열연과 사채라는 사회성이 결합되면서 단박에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르는 듯 했던 ‘쩐의 전쟁’은 그러나 마지막까지 그 넘치는 활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우수작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 결정적 고비가 바로 13, 14부에 집중된 멜로 장면이었다. 어떤 이는 이 고비의 앞뒤를 비교하면서 ‘마치 다른 제작진이 만든 것 같다’는 비평까지 했다. ‘쩐의 전쟁’ 방영 내내 시청자를 압도하던 에너지가 순식간에 어디로 빠져나가고 말았을까.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 즉 작가와 연출자도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드라마 종방연에서 두 사람은 ‘멜로’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토로하고 있었다. 장태유 PD는 “어떤 기사에서 막바지에 갑자기 구성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한 것을 읽어 봤다. 우리 제작진도 그 부분을 인정한다. 멜로를 극에 담아내면서 타이트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작가와 연출자는 문제점은 공감하면서도 진단은 각기 달랐다. 장태유 PD는 “워낙 사회성이 강한 작품이라 멜로는 최대한 자제하려 했다”고 말한 반면 이향희 작가는 “멜로를 담아내면서 밀착이 덜 된 감이 있다. 좀더 멜로가 많아져 극에 강하게 밀착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멜로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은 그래서 나온 듯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쩐의 전쟁’이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멜로 부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는 데는 PD와 작가가 공감하고 있지만 그 처방은 각기 다르게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 번 더 뒤집어 생각하면 결국 같은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이향희 작가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아쉬웠던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물들이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즉 시간적으로 빠듯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 “돈이면 다냐”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작가는 “한 24부작 정도 됐으면 좋았을 뻔 했다”고 말했다. 답은 여기에 있었다. 장태유 PD가 멜로를 줄였으면 했던 것은 16부작에 맞춰져 있는 촘촘한 일정에서 긴장도를 늦추기 싫었던 것이고 이 작가는 24부작 정도의 호흡에서 멜로를 극에 좀더 밀착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작품은 두 사람의 뜻과 모두 어긋나고 말았다. 16부작이면서도 보너스라운드로 인해 20부작의 형태가 됐고 그러면서도 본편과 별개로 제작된 보너스라운드인 탓에 실질적인 4부 연장의 효과는 전혀 누리지 못했다. 결국 PD가 의도했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작가가 의도했던 멜로를 강하게 밀착시키는 것도 모두 뜻대로 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로 막을 내렸다. 결국 ‘연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우리나라 드라마 사상 최초로 시도된 ‘보너스라운드’는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빚어내며 각도가 어긋나고 말았다. 100c@osen.co.kr 장태유 PD와 이향희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