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보직 파괴, 새로운 트렌드?. 투수 분업화는 곧 선진 야구 시스템이라 받아들여져 왔다. 1990년대 중반 LG 트윈스의 '스타 시스템' 마운드 운용 이후 모든 구단은 선발(4~5명)-중간(셋업맨, 롱 릴리프, 원포인트 릴리프 등)-마무리(1~2명)로 투수의 임무를 전문화시켰다. 그러나 2007시즌을 보면 '기존 상식'에 대한 역류 현상이 두드러진다. 마운드가 붕괴된 하위권 팀의 고육지책이 아니라 1~2위 팀이 보직 파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그 대표적인 팀이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다. 두산은 2위지만 리오스-랜들 용병 원투펀치를 제외하곤 모든 투수가 '상황에 맞춰' 등판한다. 즉 3선발 이하부터는 불펜과의 경계가 없다시피하다. 비근한 예로 지난 21일 잠실 LG전만 해도 선발 랜들을 구원한 투수는 김상현이었다. 김상현은 7월부터 선발로 전환해 3경기 내리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김상현은 그래서 3~4선발로 자리를 굳히는 추세였지만 김 감독은 구원투수로 전격 호출한 것이다. 스케줄상 24일 삼성전 선발(예상) 등판까지 여유가 있기에 불펜 투입을 강행시킨 듯 보여진다. 김상현뿐 아니라 노경은-김승회-금민철 등도 '선발 같기도 불펜 같기도' 한 투수들이다. 1위 SK 역시 에이스 레이번을 제외하면 '전원 불펜' 시스템에 가깝다. 로마노는 두산과의 전반기 최종전 때 마지막 ⅔이닝을 맡았고, 21일 롯데전에선 채병룡이 9회 등판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채병룡의 오는 24일 현대전 선발이 유력하기에 스케줄상 등판이 가능하다고 여겼을 터다. 이밖에 송은범-이영욱도 김 감독의 감(感)에 따라 선발과 불펜을 오간다. 두 팀이 이렇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마운드 운용을 펼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두산은 제3선발 이하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서이고 SK는 조웅천-정대현 두 잠수함 스타일을 제외하면 불펜진이 썩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털 마운드를 구사하는 두 팀은 1~2위의 성적을 내고 있다. 가히 '한국적' 현상이다. sgoi@osen.co.kr 김성근-김경문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