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의 노림수? '디 워'는 아동물'
OSEN 기자
발행 2007.07.24 07: 37

아동물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방학철을 겨냥한 어린이 상대의 장사는 소문 나고 물건 좋으면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룬다. 23일 국내에서 첫 시사회를 가진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조짐이 좋다. 개발비까지 모두 700억원을 투자한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블록버스터가 아동용이라니, 올 여름 가족단위 극장 나들이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아동물을 표방해서 대박난 사례 몇 가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안 롤링의 동화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3억2500만부 이상을 찍었다. 지난 20일 출간된 최종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은 1초당 15권씩 날개 돋친듯 팔려나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서도 해마다 수천억원씩의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스파이더맨'과 '슈렉'도 기본 출발은 아동물이다. 로봇 변신을 소재로 한 '트랜스포머'는 이번 달 국내 개봉에서 600만 관객 돌파로 외화 최고흥행 기록을 세웠다. 1980년대 심 감독은 우뢰매와 영구 시리즈로 방학철 마다 대목 경기를 누렸다. 그렇다면 방학철 블록버스터 아동물은 무조건 대박날까? 아이들 눈높이에만 맞춰서는 '파워레인저' 흥행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애들을 극장 안에 들여보내고 엄마나 아빠가는 휴게실에서 기다려야 될 아동 편향을 뜻한다. 또 요즘 자녀의 CG와 스토리 취향이 얼마나 고급인지는 부모들이 더 잘안다. 1970, 1980년대와는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영구와 달리 2000년대 아동용 코미디 '갈갈이패밀리와 드라큐라'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모처럼의 가족용 영화를 고를 때는 신중을 기하고 어른도 같이 즐거울수 있어야 선택 순위를 올린다. 이런 면에서 '해리포터'나 스파이더맨' '슈렉' '트랜스포머' 등은 남녀노소를 적당히 재밌게 만들어주는 재주를 부렸다. '디 워'는 어떨까. 제작 단계부터 기대치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 놓은 덕분에 한국영화사에 획을 그을 대작으로 소개됐다. 어린이 관객이 좋아할 소재와 단순 스토리를 들고 나온 심 감독으로서는 부담스러울 부분이다. 이날 시사회가 끝나고 그는 "할리우드에서 만든 '스파이더맨'이나 '트랜스포머'를 봐도 스토리가 그렇게 탄탄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얼마전 손석희 교수의 라디오프로에 출연, "CG는 픽사와 피터 잭슨의 회사 등 저마다 특성이 있고 컴퓨터가 몇대 있다는 것도 다 비밀이다. 다 독자적으로 만든 기술이다. 컴퓨터만 있다고 해서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 영국 프랑스도 다 나온다. 비교를 한다기보다 사람들이 CG, CG 하는데, CG를 이용한 스토리를 봐달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또 다르다. 한동안 '디 워'와 관련해 침묵하다시피 했던 그가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 등이 잦아지면서 말이 자주 바뀌는 모습이다. 개발비 포함 700억원, 순제작비 300억원, 한국기술진이 개발한 세계수준 CG, 한국영화 사상 최초의 미 전역 와이드 개봉 등 그동안의 크고 작은 찬사와 마케팅 전략이 개봉 시점에서는 심감독에게 압박을 준 때문일게다. 한마디로 말해서, '디 워'는 아동물로 썩 잘 만들어진 영화다.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여기저기 부족한 점이 눈에 많이 띈다. 오랜동안 아동용 SF물을 만들었던 심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이무기들의 선 악 이분법적 단순하고 과격한 액션에 전세계 어린이들이 얼마나 열광할지가 대박 흥행의 관건임에 분명하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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