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번트를 적게 대는 이유는?. 김경문 감독의 두산 베어스는 한화와 더불어 유이하게 '스몰볼을 구사하지 않는 구단'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화가 소위 '머니볼 이론'에 거의 부합되는 야구를 한다면 두산은 조금 다르다. 두산이 번트로 아웃카운트를 '낭비'하지 않는 이유는 비합리적이라 여겨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성 자체를 줄여놨기 때문이다. 두산은 23일까지 8개구단 중 유일하게 희생타(스퀴즈 포함)가 50개 미만(48개)이다. 팀 장타율과 출루율은 중위권 수준이고 홈런(49개)도 최근 부쩍 많이 쳤는데도 채 50개가 안 된다. 그럼에도 팀 성적은 2위다. 리오스-랜들-임태훈 등 마운드의 힘만으로 설명하긴 미흡하다. 두산 공격의 무언가 특별한 점은 139개의 2루타(2위)-20개의 3루타(1위)-96개의 도루(1위)에서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똑같은 타구를 치더라도 타 팀보다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려는 '허슬 야구'가 번트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도루만 살펴봐도 두산 선발 라인업 중 이종욱(27개)-고영민(22개)-민병헌(19개)이 68도루를 합작했다. 4번타자 김동주조차 7개나 도루를 했다. 포수 채상병-지명타자 최준석-베테랑 안경현까지 도루가 있다. 이렇게 주자들의 적극적 베이스 러닝이 받쳐주기에 김 감독은 번트 대신 도루나 히트 앤드 런, 런 앤드 히트 등의 '다이나믹 베이스볼'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는 시즌 전부터 의도했던 바였다. 두산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출루하면 주자들에게 그린 라인트를 부여한다. 또 적극적 베이스 러닝을 시도하다 아웃이 되더라도 지적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수들의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깨우쳐서 발전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는 곧 두산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유독 빠른 요인이기도 하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