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관전평] 한국, 정신력은 돋보였으나…
OSEN 기자
발행 2007.07.25 22: 46

아시안컵 준결승 한국-이라크전(25일, 쿠알라룸푸르) 대표팀 감독으로 2002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나로서는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은 평가하기 상당히 어려운 경기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고, 지금 아주 힘든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냉정해지기 힘들다. 또 승패를 떠나 이날 경기가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평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무엇보다도 칭찬부터 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은 8강전서 연장전까지 치렀고 이라크 선수들보다 하루를 덜 쉬어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 우리 선수들의 표정은 이라크 선수들보다 훨씬 활력이 넘쳐 보였다. 전반에 결정적인 두세 차례의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 들어 여러 차례 세트플레이 찬스를 만들어내며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이를 입증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연장 후반 들어 체력에 한계를 들어냈다. 특히 3분께 상대 진영서 길게 넘어온 볼을 그대로 아웃시키려다 교체멤버 아흐메드에게 돌파를 허용, 실점과 다름 없는 위기를 맞은 것도 어찌보면 수비수들의 실수가 아닌, 체력 감퇴로 생긴 집중력 저하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아마 우리 선수들의 체력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집중력이 더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고 승부차기의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적해야 할 부분도 많다. 이번 대회서 한국팀이 보여준 빈약한 공격력이다. 그렇게 많은 공격 속에서도 결정타를 제대로 날린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대표팀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떠나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약점이다. 특히 최근 4경기서 한국은 이렇다할 특징이 없었다. 우리 공격수들은 공을 아무 생각 없이 문전으로 보내는 데만 신경 쓰는 듯했다.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목적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 목적 없이 크로스만 남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것은 물론 세대교체의 멤버들이 아직 어리고, 해외파 선수들이 빠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해외파와 주전 경쟁을 하며 대표팀을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이것이 경험 부족에서 생긴 것이든, 아니면 개인의 기량 부족에서 생긴 것이든 문제를 겸허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젊은 선수들의 반성과 개인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개인은 물론 대표팀의 전력 향상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판이 필요한 때가 아니다. 그래서 감독 교체론은 좀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문제를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다. 전남 드래곤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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