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멤버로도 아시안컵 우승이 자신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라크의 벽에 막혀 3~4위전으로 밀려난 핌 베어벡 감독의 한국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까. 한국 축구가 2경기 연속 무득점 연장전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이라크에 무릎을 꿇은 가운데 일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치열한 골 공방전 끝에 2-3으로 패해 3회 연속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되면서 오는 28일 오후 9시 25분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벌어지는 3~4위전서 양 국이 대결하게 됐다. 베어벡 감독과 일본 축구는 상당한 인연이 있다. 사실 베어벡 감독은 한국보다 일본과 먼저 인연을 맺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을 맡기 전 J2리그의 오미야 아르디자를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 동안 지휘했다. 이어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한국을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이끌었던 베어벡 감독은 2003년까지 히딩크 감독을 따라 PSV 아인트호벤으로 옮겨 리저브팀을 지휘했지만 곧바로 교토 퍼플상가의 지휘봉을 잡았다. 고종수를 영입하기도 했던 베어벡 감독은 16개팀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며 해임의 칼날을 맞았고 네덜란드령 안틸레스의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한국으로 와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모두 맡은 베어벡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을 통해 두 차례 한일전을 치렀다. 첫 번째 경기는 홍명보 코치가 벤치를 지킨 가운데 1-1로 비겼고 두 번째 원정경기 역시 1-1로 비겼다. 일본과 자웅을 가리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베어벡호는 지난 2월 일본과 올해 첫 A매치를 치르려다가 양국 축구협회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일본 대신 그리스와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제 베어벡 감독은 일본과 첫 A매치를 치르게 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자면 일본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5경기를 치르면서 고작 3골밖에 넣지 못한 반면 일본은 공격력만큼은 아시안컵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일본의 사령탑은 유고슬라비아 대표팀을 6년 동안 맡으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까지 견인하는 등 무려 30년 지도자 경력을 갖고 있는 이비차 오심 감독이다. 전임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진 뒤 물러났지만 그의 사퇴 원인 중에는 그에 앞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에 0-1로 지면서 최하위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이 경기가 양 국간 마지막 A매치다. 가뜩이나 실망스러운 공격력으로 도마 위에 올라가 있는 베어벡 감독 역시 이번 한일전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할 경우 사퇴론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한국 축구로나 베어벡 감독으로나 일본과의 3~4위전은 배수진이다. tankpark@osen.co.kr 지난 2005년 8월 7일 대구서 벌어진 동아시아선수권 한국-일본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