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번 흔들기'가 먹혀드는가?. 지난 25일 문학 현대전. 0-0으로 맞서던 승부의 균형은 6회초 급격히 무너졌다. 레이번은 원아웃 뒤 현대 3번 이숭용에게 2루타를 맞았고, 4번 브룸바를 볼넷으로 피해갔다. 이어 5번 이택근의 2루수 내야안타가 나왔고, SK 정경배의 후속 플레이 지연까지 겹쳐지며 선취점을 내줬다. 계속된 1,2루 위기에 6번 정성훈을 상대로 레이번은 볼 카운트 원 스트라이크 원 볼에서 3구째에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그러나 정성훈을 비롯한 현대 측 누구도 항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물론 현대 투수들의 보복 행위도 없었다. 정황상 도저히 고의일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정작 사구를 범한 레이번은 7번 송지만을 스트레이트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무너졌다. 이후 희생플라이와 또 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후속 투수의 실점까지 떠안게 된 레이번의 자책점은 6점으로 불어났다. 시즌 4패(12승)째를 당했고, 4사구는 6개나 내줬다. 그러나 레이번의 피칭은 지난 14일 두산전부터 흔들리는 조짐을 노출했다. 당시에도 레이번은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4사사구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이어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후반기 개막전인 롯데전도 5⅓이닝 7피안타 3사사구 4실점으로 썩 좋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경기에서 레이번은 '빈볼 시비'에 휘말렸다. 그러나 두산전의 경우 공을 맞은 당사자인 이대수부터 나중에 "고의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오히려 동료들을 말렸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대수가 SK에 몸담을 때부터 둘은 유달리 친한 사이였다. 이어 20일 롯데전의 경우는 2-1로 앞서던 3회말 투아웃 2루에서 박현승과 이대호의 연속 사구로 일촉즉발이 촉발됐다. 그러나 다음 타자가 이대호인데 박현승을 고의로 맞힌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이대호의 사구 역시(맞은 당사자가 발끈한 것은 이해되지만) 경기 상황을 감안한다면 고의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의도적이다. 그러나 거듭된 '빈볼 홍역'을 치른 레이번은 25일 현대전에서 6개의 사사구를 남발했다. "몸쪽 공을 안 던지려 한다"는 지적을 받는 레이번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빈볼 투수'로 낙인찍히는 와중에 컨트롤마저 흔들리는 형국이다. 레이번이 용병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까.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