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아시안컵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의 핌 베어벡 감독의 거취가 축구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결과로 볼 때 아시안컵 4강은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성적. 특히 선수들이 8강전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고 4강전 상대인 이라크보다 하루 덜 쉬어 생긴 체력적인 문제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핌 베어벡 감독의 거취 문제가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거론되는 것은 그동안 한국대표팀이 보여준 경기 내용 때문이다. 이번 대회 5경기서 고작 3골의 빈공을 보였고, 경기를 풀어가는 어떤 전술적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베어벡 감독에게 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코치를 지내, 히딩크 축구의 계승자이자 누구보다 한국축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낙점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는 한국 축구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로 감독의 지도력을 꼽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이에 대한 비판을 경계하는 눈초리다. 지금 시점에서 감독의 경질을 거론한다면 앞으로 한국팀을 맡게될 차기 지도자들에게 계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축구인은 "2002년 월드컵 때와 지금은 선수 자원이나 축구협회의 지원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볼때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감독의 지도력에 있는 것 아니겠냐"며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감독 경질을 논의한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팀을 맡게 될 차기 지도자들에게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지금 대표팀의 문제는 베어벡 감독에게 있다며 '베어벡 책임론'을 논하는 축구인도 있다. 히딩크 감독의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와 히딩크 감독의 방법론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선수 장악력(카리스마)과 경기에서 문제 해결력(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그 축구인은 "히딩크 감독은 선수단을 완전히 자기 손에 장악하고 있어 선수들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 특히 언론도 유머와 재치로 능수능란하게 상대했으며, 언론의 비판이 있을 때는 역공도 서슴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자신의 페이스대로 이끌어갔다. 이에 비해 베어벡 감독은 모든 것을 장악하기에는 너무 얌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감독의 역량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 때 우리 선수들은 가장 기본인 패스부터 명확했다. 상대가 달려들 때는 백패스와 횡패스를 했고, 상대의 접근이 없을 땐 돌아서서 전진패스를 했다. 안정된 패스로 전진을 하면서 공간을 만들었고, 여기서 찬스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을 종합할 때 현재 베어벡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여론밖에 없다. 베어벡 감독은 "거취에 대해 이미 마음 속에 결단을 내렸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물러나겠지만 잔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무튼 지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일본과의 3,4위전이 그의 향방을 좌우할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지금까지 나타난 대표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여론을 반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usk0503@osen.co.kr 히딩크-베어벡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