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친선 경기서 4-0 패배를 당한 FC 서울 세뇰 귀네슈 감독은 상대의 빠른 템포를 따라가지 못해 완패를 당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귀네슈 감독의 발언의 요지는 바로 세계 축구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번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패배한 베어벡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단 한 번도 안이하게 경기에 임하지 않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이런 것에 대해 한국팬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더이상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내의 언론과 국민들에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120분간의 혈투를 벌인 선수들에 대해 실망을 하고 있는 한국팬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베어벡의 이러한 발언은 대표팀 감독 자리에 있는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이번에 아시안컵서 베어벡 감독이 대표팀에 입힌 색깔은 과거 한국 축구의 특징으로 불렸던 '뻥축구'로 회귀했다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장신의 스트라이커를 원톱으로 세워놓고 이천수, 염기훈, 최성국 등의 윙포워드들이 가운데로 크로스를 올리는 가장 단순한 공격 형태였다. 미드필더 진영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세련된 패스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뻥축구'를 고치기 위해 데려온 베어벡에게서는 이러한 점을 기대할 수 없었다. 상대를 빠르게 압박한 후 전방의 공격수들에게 연결하는 전술적인 면도 찾아 보기 힘들었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들에게 종종 뒷공간 침투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역전패를 당하는 등 높은 수준의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베어벡 감독은 한국 축구를 변화시키기 위해 모셔온 '외국인 감독'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축구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발전된 모습을 팬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색깔을 입히지 못한 채 팬들에게 선수들의 정신력만 강조한다면 그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기 힘들다. 이번 아시안컵은 일본과의 3, 4위전만 남겨 놓고 있다. 이비차 오심 감독 부임 이후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대표팀과의 대결에서 어떠한 색깔로 임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0bird@osen.co.kr 지난 5일 아시안컵 출정식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