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산] ① 젊은 피 대거 기용 득실은?
OSEN 기자
발행 2007.07.26 16: 09

47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던 축구 대표팀이 4강에서 이라크에게 일격을 당해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이와 함께 벌써부터 핌 베어벡 감독의 거취가 거론되는 것은 4강이라는 성적보다는 경기 내용면에서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연 대표팀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감독의 거취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OSEN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나타난 대표팀의 모습을 철저히 분석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15일 핌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컵 엔트리를 발표했을 때 많은 축구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 K리거들이 대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핫스퍼), 설기현(레딩 FC) 등 프리미어리거들은 이미 부상으로 불참이 확정적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20대 초중반 선수들의 대거 발탁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선택이었다. ▲ 기록은 좋았지만 수동적이었던 젊은 수비라인 이번 아시안컵에서 젊은 피가 중추적인 활약을 한 부분은 바로 수비라인이었다. 베어벡 감독은 두 번째 경기였던 바레인전을 제외한 4경기에서 김진규(서울, 22), 강민수(전남, 21), 오범석(포항, 23), 김치우(전남, 24)로 이어지는 포백을 내놓았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22.5세로 역대 국가대표 수비라인 평균 최연소다. 경험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들은 4경기에서 단 1골밖에 내주지 않으며 기록상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이들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상대의 역습, 특히 일자수비의 배후를 파고드는 침투나 측면 크로스에서 선수들은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를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밀집 수비 후 역습을 나섰으나 수비진은 이 역습에도 흔들리며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 만약 상대가 역습에 좀 더 능숙했다면 대표팀은 4강까지 오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공격 가담도 그리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5경기에서 3골밖에 넣지 못한 빈공의 첫 번째 책임은 공격진에 있겠지만 수비진도 그 멍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진의 전진 패스와 좌우 사이드의 날카로운 크로스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젊은 수비진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젊은 수비수들의 기용은 기후와 잔디 등 외부 환경이 어려운 차원에서 체력적인 부담을 지우려는 베어벡 감독의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공격도 잘 풀리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의 수동적인 움직임은 팀 전체의 능동성을 떨어뜨렸다" 며 젊은 선수들의 수동적인 플레이 자세를 지적했다. ▲ 염기훈의 발견은 그나마 위안거리 내용적으로 상당히 아쉬운 이번 대회지만 그나마 염기훈(전북, 24)이라는 신인을 발굴했다는 것은 큰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 염기훈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교체 출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왼쪽 라인을 누볐다.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와 슈팅, 저돌적인 돌파는 답답했던 대표팀 공격의 활력소였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염기훈의 성장은 향후 대표팀의 사이드 라인에 경쟁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며 "이제 설기현도 염기훈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표팀 전체 전력 상승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 이라고 염기훈의 성장을 높게 평가했다. 염기훈은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이라크전 승부차기 실축으로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에 의해 미니홈피가 테러당하는 등 아픔을 겪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만약 그가 없었다면 4강행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 아시안컵은 세대교체의 장이 아닌 완성품의 경연장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내세운 베어벡 감독의 전략은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우승을 노리는 아시안컵이라면 세대교체보다는 완성된 선수진을 데리고 갔어야 한다. 물론 젊은 선수들이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이들의 경험은 향후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을 노렸다면 좀 더 K리그에서 검증되고 안정적인 선수들을 데리고 갔어야 했다. 김대길 위원은 "대표팀 감독의 업무 중 하나는 신인 선수 발굴이다" 면서도 "하지만 아시안컵같은 메이저 대회는 최고의 완성품으로 나서야 한다. 23명의 엔트리에 신인을 약간 끼워넣어 서서히 세대교체를 해야지 이번처럼 대거 기용하는 것은 너무나 큰 모험이다" 고 지적했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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