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트로피카나필드(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오랜만에 트로피카나필드 홈구장에 복귀한 류제국(24.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얼굴에는 기쁨과 함께 피곤기가 묻어 있었다. 류제국이 마지막으로 홈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게 지난달 2일(이하 한국시간)이었으니 벌써 56일이 지났다. 당시 살던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짐을 빼 한 지인 집에 옮겨놓고 부랴부랴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램으로 향한 지 2달이 다 됐다. 지난 20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 맞춰 빅리그에 승격한 그는 볼티모어 원정 3연전을 마치고 27일 밤 늦게 세인트피터스버그에 도착했다. 렌트했던 아파트를 떠났기에 지금 호텔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조만간 다운타운 부근에 콘도를 구해 이사할 계획이다. 류제국은 마이너리그에서 8경기 선발 등판을 소화했다. 성적은 2승3패 방어율 5.97. 만족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류제국은 이에 대해 "지난해 아이오와 컵스(시카고 컵스 산하)에서 선발로 나선 이후 정말 오랜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다 보니 체력이 달렸다. 투구수가 50∼60개만 넘어가면 힘이 부쳤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남부가 다 그렇지만 더램의 날씨도 무덥다. 높은 습도에 짜증이 이만저만 아니다. 더구나 구단 사정상 지원도 열악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동에 매진해야 했다.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약 7kg의 체중 감량에 성공, 현재 약 103kg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살이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빅리그 복귀전인 22일 양키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선 구속이 93마일까지 치솟았다. 시즌 초반 88∼89마일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공이 살아났다. 류제국이 복귀하자 감독 코치는 물론 동료들도 크게 반가워했다. 붙임성 좋은 류제국은 그렇지 않아도 탬파베이 클럽하우스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던 터였다. 이렇다 할 리더가 없어 패배에 익숙한 팀에 류제국의 존재감은 적지 않다. 'No. 11 류제국', 한글로 쓴 라커 이름표도 그대로다. 다만 자리만 맞은 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다시 돌아온 류제국의 보직은 롱릴리프다. 비록 선발투수로 다시 선 것은 아니지만 마이너 강등 이전 특별한 보직이 없던 것과는 달라졌다. 롱맨의 특성상 등판 간격은 일정치 않다. 22일 경기 이후 전날까지 5일 동안 불펜에서 몸만 풀었다. 이 기간 중 탬파베이는 6연패를 당했다. 류제국은 당분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아직 구단에 보여줄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구단의 요구에 충실히 응하면서 경험을 쌓아간다는 작정이다. 류제국은 "오랜만에 메이저리그에 돌아온 만큼 내 자리를 잡을 생각이다. 당장 선발투수로 나서지는 못하겠지만 꾸준한 투구로 더 밝은 미래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