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이었을까. 무단 이탈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KIA 투수 김진우(24)의 문제는 언젠가는 한 번 터질 사안이었다. KIA는 지난 2001년 말 입단과 함께 올해까지 6년째 시한폭탄을 안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역대 신인 최고 기록인 계약금 7억 원을 받고 당당한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김진우는 해태의 부도와 함께 부실화 된 타이거즈호의 재건을 기대받았다. 2002년 고졸 신인으로는 첫 탈삼진왕(188개)에 오르며 명성에 보답을 하는 것 같았다. 승수도 12승을 따내 장차 20승 투수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비록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소방수로 나서 굴욕을 맛봤지만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입단 2년째부터 김진우는 야구가 아닌 사생활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4월 시즌 개막 후 광주 시내 술집에서 새벽에 집단 패싸움을 벌여 상대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고를 냈다. 구단이 백방으로 나서 겨우 사건이 일단락 됐지만 한 달 여 만에 또다시 폭행사건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구단은 김진우에 대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김진우를 전담하는 독선생 코치만 해도 매년 바뀌었다. 조계현 김태원 김정수 코치 등이 차례로 돌아가며 김진우와 씨름했다. 그러나 김진우는 순간적인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이탈과 잠적, 그리고 복귀를 거듭했다. 야구가 아닌 술잔과 씨름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구단은 김진우를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보이지 않게 많은 배려를 해주기도 했다. 또 2005년 말 결혼과 함께 달라질 것으로 믿었지만 이것도 허사가 됐다. 결과적으로 김진우는 2002시즌 성적이 가장 나았다. 자기관리 실패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고 매년 어깨부상과 팔꿈치 부상 등 심각한 부상에 시달렸다. 팀에게는 중요한 순간 이탈하는 바람에 팀에 깊은 시름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4월 말에도 갑자기 어깨에 심한 멍이 들어 구장에 나타났고 2달 동안 이탈한 적도 있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구장 밖에서까지 선수를 통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그동안 언젠가는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믿고 김진우의 일탈 행동을 봉합해왔지만 이번 무단 이탈로 인내에 한계를 느꼈고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만일 김진우가 단 한 시즌만이라도 15승을 해줬다면 KIA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김진우를 겪어본 사람들은 이 말을 농담으로 듣지 않는다. 김성한 유남호 서정환 감독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김진우와 KIA의 불행한 인연이 언젠가는 행복한 인연으로 바뀔 수 있을까. 징계를 준비하는 구단이나 애타는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은 아직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진우의 위력적인 구위는 그만큼 매력 있기 때문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