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세웠는데도 오히려 화를 내는 선수, 메이저리그의 일본인 강타자 이치로(34. 시애틀 마리너스)가 바로 그렇다. ‘타격머신’으로 불리는 이치로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두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쳐내 메이저리그 개인 통산 1500안타 고지에 올라섰다. 이 경기서 이치로는 5타수 2안타, 2도루로 타율 3할4푼3리(아메리칸리그 2위)를 기록했다. 이치로가 작성한 1060경기 만의 1500안타는 ‘야구의 성인’으로 칭송받고 있는 타이 콥(1070게임)을 앞지른 메이저리그 역대 3번째 빠른 기록이다. 일본의 에 따르면 이치로는 이같은 의미 있는 기록 달성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사상 3번째로 빠른 1500안타에 대해) 나로서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도 (달성의) 스피드다. 역시 1위가 아니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비록 기록은 달성했지만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치로는 2001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올해 여러 가지 새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6월 8일 미·일 통산 2500안타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7월 11일 올스타전에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고 올스타전 사상 첫 인사이드 파크 홈런도 쳐냈다. 7월 14일에는 소속팀 시애틀과 5년간 총액 9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도 성사시켰다. 이치로는 근성으로 중무장한 선수다. 군더더기 없는 균일한 타격, 기계적인 몸동작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그는 여전히 최고의 안타 제조기로 행세하고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아지 기옌 감독이 “완벽한 선수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고의 우익수”라는 평가를 내린 것도 결코 지나치 않다. ‘완벽을 추구하는 야구선수’ 이치로는 그러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으면 독설과 막말을 서슴지 않아 한국팬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이치로는 한국에 연패(3월16일)를 당한 후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고 발언, 한국팬의 속을 뒤집어 놓은 적도 있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