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결산] ③ 평균 '13.5개월' 단명, 차기 대표팀 감독이 갖추어야 할 것은?
OSEN 기자
발행 2007.07.30 17: 24

핌 베어벡 축구 대표팀 감독이 사임이 확정됐다. 지난 28일 아시안컵 한일전 후 사임 의사를 밝힌 베어벡 감독은 30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가진 약식 인터뷰에서 "사임 의사를 번복하지는 않겠다" 며 입장을 확실히 했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도 베어벡 감독과 면담을 통해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차기 대표팀 감독 자리에 어떤 인물이 오를지가 팬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미 몇몇 인물에 대한 평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표팀 감독 인선 과정에 있어서 앞선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어떤 실수들이 있었고 대표팀 차기 감독은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할지 짚어보자. ▲ 히딩크 이후 4명의 감독을 갈아치운 한국 축구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은 대표팀 감독을 4명이나 갈아치웠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부터 시작해 핌 베어벡 감독까지 5년 간 4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2003년 1월 코엘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54개월 동안 4명이니 평균 재임기간은 13.5개월인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감독들을 자주 갈아치우기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3년간 16명의 대표팀 감독을 갈아치웠지다. 2002년 월드컵 이후에는 4명의 감독을 갈아치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감독 교체에 열을 올리는 동안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재임 기간을 보장해주는 분위기였다. 일본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지코를 선임해 4년 임기를 보장해주었다. 2004년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호성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지코는 안정적으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었다. 중국은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네덜란드 출신의 아리에 한 감독과 자국 출신의 주광후 감독 등 2명을 선임했다. 아리에 한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2004년 물러났고 주광후 감독 역시 2007 아시안컵 8강 진출에 실패해 경질이 유력시되기는 하지만 한국보다는 좀 더 오랜 기간 임기를 보장해주었다. ▲ 여러 유형의 감독 사이에서 왔다갔다한 대표팀 4명의 대표팀 감독을 살펴보면 여러 유형의 감독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것을 알 수 있다. 코엘류 감독의 단점으로 지적된 선수 장악 능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을 선택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그 외 다른 역량을 보여주지는 못했고 독일 월드컵을 1년 앞두고 낙마했다. 이름값과 화려한 경력,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딕 아드보카트 감독 이후에는 한국 선수들을 가장 잘아는 감독이 필요하다며 핌 베어벡 감독을 선택했지만 역시 사임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 축구는 히딩크 감독 이후 4년 간 다양한 유형의 감독을 맞이했지만 한국적 특성에 맞는 감독을 찾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 문제점 보완 미흡이 가장 큰 실책 2002년 월드컵 이후 4명의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들은 제대로 보완되지 않은 것도 또 하나의 실책이다. 2004년 4월 코엘류 감독이 한국을 떠나면서 밝힌 불만이 바로 '훈련 시간 부족' 이었다. 그는 "14개월 동안 제대로 훈련한 것을 시간으로만 따지면 72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훈련 시간 부족이라는 불만은 1년 후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사임하면서 '지원 부족' 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는 내게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는 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2명의 감독이 훈련 시간 부족과 지원 부족을 외치자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데려오면서 핌 베어벡과 압신 고트비 코치를 동시에 데려온 것.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더이상 지원 부족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K리그와 차출 갈등이 불거졌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년 1월 해외 전지훈련을 요청했고 여기에 K리그 구단들은 반발하고 나선 것. 이 문제는 대표팀 차출 규정을 보완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 체제 하에서도 차출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4년 간 4명의 감독을 갈아치우면서도 불거진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빨리빨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 신중한 선임과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감독이 필요해 어찌됐든 베어벡 감독은 떠난다. 아시안컵에서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든 마지막 한일전에서 눈물의 투혼을 보여주었든 확실한 사실은 그 역시 떠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대표팀 감독은 13.5개월 만에 떠나지 않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일단 2007년 하반기에는 올림픽 최종 예선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이벤트가 없다. 따라서 비어있는 대표팀 감독 자리를 빨리 채우려고 하는 것보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대표팀 감독 후보를 가지고 신중한 접근 및 결정이 필요하다. 더이상 대표팀 감독은 13.5 개월 만에 갈아치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대한축구협회가 유럽의 명장을 데리고 오기를 원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단 유럽의 지도자들 중 대부분이 이미 클럽과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놀고 있는 명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현실에는 부적합한 사람들이 많다" 며 "이미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은 유럽 리그가 끝나자마자 거의 다 자리를 옮겼다. 따라서 지금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보다 여유를 가지고 심사숙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차기 감독을 선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한국 축구의 본질을 깨닫고 있냐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 감독이든 한국인 감독이든 모두 해당되는 문제다. 비록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우 한국 축구의 본질을 잘 꿰뚫고 있었다. 그는 선수들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신념을 부여했다. 이것이 한국의 고질적인 '뻥축구'를 다양한 짧은 패스로 공간을 점유해 나가면서 찬스를 만들어내는 조직적인 축구로 탈바꿈시킨 히딩크 감독의 능력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상황과 비슷하다. 대표팀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제멋대로다. 어떤 선수들은 대표팀을 통해 성공의 길을 걷고 싶어하는 반면 어떤 선수들은 리그 경기를 위해 대표팀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새로운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을 하나로 뭉쳐 최고의 팀을 만들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갈수록 힘이 커지고 있는 K리그와의 의견을 조율할 능력도 필요하다. 물론 감독 혼자만이 아닌 대한축구협회의 시스템적인 지원이 있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bbadagun@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