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 않았다. 그저 충격적일 뿐이었다. '난공불락'이라는 별명처럼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명성을 떨치던 오승환(25, 삼성)이 홈런 2방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오승환은 지난 7월 31일 대구 LG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최근 5경기에서 1승 4세이브에 방어율 0.00으로 완벽한 구위를 자랑하던 그가 등판했을 때 팀은 물론 대구구장을 찾은 많은 팬들은 당연스레 '승리는 떼논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선두 타자 페드로 발데스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했으나 비극은 1사 후에 시작되었다. 4번 최동수에게 볼카운트 1-0에서 가운데 높은 146km 직구를 던져 우측 담장을 넘는 105m짜리 동점 솔로 아치를 얻어 맞고 말았다. 블론세이브. 오승환의 흔들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타 이성렬에게 큰 타구를 맞았으나 우익수 박한이가 펜스에 부딪치며 점프해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하나 늘렸다. 김상현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루. 타석에는 조인성. '안방마님' 조인성은 오승환의 145km짜리 직구를 통타, 우월 투런 아치를 뽑아냈다. 오승환이 1이닝에 2방의 홈런을 허용한 것은 지난 2005년 5월 3일 마산 롯데전 이후 두 번째. 당시 오승환은 팀의 세 번째 투수로 7회 마운드에 올랐다. 정수근과 신명철을 범타로 처리한 뒤 라이온과 이대호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은 것. 패색이 짙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인 홈런 2방으로 역전에 성공한 LG의 덕아웃에서는 환호성이 연발했으나 오승환의 표정에는 아쉬움 뿐이었다. 평소 포커 페이스라 불릴 정도로 표정의 변화가 없는 오승환이지만 그 순간 만큼은 관리가 쉽지 않았다. 선동렬 삼성 감독도 "이런 경기도 있다"며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했으나 믿었던 오승환이 무너졌기에 1패 이상의 충격이 전해진 것은 아닐까.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