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9년 만에 20세이브 소방수 배출을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빛바랜 20세이브 투수의 재탄생이다. 한기주는 지난 7월 31일 문학 SK전에서 5-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매조지했다. 자신의 19세이브째. 앞으로 부상이 없는 한 고졸 입단 2년째인 이번 시즌부터 소방수로 전환해 20세이브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신 해태를 포함해 KIA의 가장 최근 20세이브 이상 투수는 임창용(현 삼성)이었다. 98년 당시 해태의 소방수로 활약한 임창용이 34세이브를 따내고 그 해 말 삼성으로 이적한 뒤 20세이브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한기주가 2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면 9년 만이다. 기록적으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의 든든한 소방수가 생겼다는 의미도 찾을 수 있다. 내년 시즌을 생각하면 호재임은 분명하다. 임창용의 뒤를 잇는 10년용 마무리 투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KIA는 한기주 소방수 카드를 내세워 이번 시즌 한국시리즈까지 노렸다. 팀은 임창용 이후 소방수 부재로 숱한 괴로움을 당했다. 97년 이후 9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하고 V10 달성에 실패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기주의 소방수 기용은 한국시리즈행을 위한 회심의 카드였다. 그러나 팀은 맥없이 최하위로 추락했다. 선발진의 붕괴로 빚어진 수모였다. 미들맨 용병투수 펠릭스 로드리게스의 영입과 함께 마운드의 돌려막기로 인해 불펜도 약해졌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아졌고 한기주의 등판 기회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한기주 역시 최강 소방수로 불리우기엔 미흡했다. 결과적으로 든든한 선발진 없는 마운드는 사상 누각임을 증명한 셈이다. 든든한 소방수가 있더라도 앞에서 무너지면 도리가 없다. 20세이브를 앞 둔 한기주의 기록이 어쩐지 맥없어 보이는 이유다. "아무리 좋은 소방수가 있다 해도 팀이 이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고 말한 어느 감독의 말이 뼈아프게 들린다. sunny@osen.co.kr 한기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