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많은 야구인들은 KIA가 김진우(24)에 대해 임의탈퇴 공시를 신청한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보다 안타까운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한때 에이스였던 젊은 투수를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구단의 임의탈퇴 신청은 사실상 김진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인연을 끊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은 지난 2001년 말 김진우의 가치를 보고 우선 지명선수로 지명한 뒤 뉴욕 양키스와 스카우트전까지 벌여 김진우를 잡았다. 당시 역대 신인 최고액인 7억 원의 계약금과 올해까지 6년 동안 갖은 공을 들여 김진우를 관리해왔다. 2번의 폭행 사건을 처리해주었고 잦은 이탈에도 정신을 차릴 것으로 믿고 따끔하게 혼내는 수준에서 눈감아 주었다. 하지만 6년째, 그것도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가장의 일탈 행동은 계속됐다. 지난 7월 초 또 다시 팀을 무단 이탈하고 잠적하자 이젠 인연을 끊기 수순에 들어섰다. 구단은 그럼에도 이번 임의탈퇴 공시 신청 과정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겉으로는 임의탈퇴를 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1년 동안 공백이 아쉬웠다. 돌아와주면 당장 에이스로 뛸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1년 공백을 피하기 위해 임의탈퇴가 아닌 다른 절차도 알아보았다. 제한선수나 출장정지선수로 지정하면 복귀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는 김진우와의 의사 소통이 전제돼야 가능했다. 구단은 행여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했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야구를 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선수를 기다릴 수 없었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는 더 이상 김진우에 목을 멜 수도 없다고 판단, 단호하게 결정했다. 시기도 좋지 않다. 팀은 후반기에서 다시 부진에 빠져 최하위 탈출 가능성도 희미해지고 있다. KIA 타이거즈를 바라보는 팬들의 눈길도 곱지 않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김진우까지 임의탈퇴로 공시하게 되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KIA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희망은 없는 것인가. 김진우는 아직 젊다. 김진우가 잃어버린 1년 동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야구인들은 야구를 못하는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1년'이 끊어진 인연을 다시 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순전히 김진우에게 달려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