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돌핀스타디움(마이애미), 김형태 특파원] 김병현(28, 플로리다)은 여전했다. 의미있는 기록 3가지를 한꺼번에 수립했음에도 개인 성적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다만 마음 먹은 대로 공이 들어간 것에 만족해 했다. 김병현은 2일(한국시간) 올 시즌 초반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서 통산 800이닝을 돌파하고 50승, 한 경기 개인 최다인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병현은 "기록은 의미를 두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그런 숫자에 무덤덤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뒤 스타는 단연 김병현이었다. 평소 김병현과 영어 의사 소통에 답답하다며 궁금한 것을 바로 옆 라커의 포수 맷 트레너에게 물어보던 마이애미 지역 기자들은 샤워를 마친 김병현이 수건으로 알몸을 감싸고 나타나자 일제히 달려들어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김병현과 2년 반 동안 접촉했던 콜로라도 지역 기자들도 김병현과 반갑게 악수하며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상대가 상대여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평소 등판하는 경기와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에도 콜로라도라는 팀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그저 똑같은 야구경기였을 뿐이다. 다만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 눈에 띄긴 띄더라. -1회에만 37개를 던지는 등 초반에 고전했다. ▲1회는 언제나 힘들다. 하지만 공은 좋았다. 주자들이 2루에만 나가면 자꾸 내 사인을 훔쳐보고는 타자에게 다음 구질을 알려주더라. 아무래도 같은 팀 유니폼을 오래 입어서인지 사인을 파악하는 듯했다. 1회 무사 2루에서 마쓰이 가즈오에게 2루타를 맞은 것도 그래서였다. 그래서 짜증이 좀 났다. 3회 이후에는 사인을 바꿨다. 그때부터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하더라. -투구수가 126개나 됐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그 이상도 던질 수 있었다. 스태미너는 언제든지 자신 있다. -800이닝과 50승 10탈삼진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그런가. 오늘 이기면 50승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다른 기록은 처음 듣는다. 나는 그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데 신경썼을 뿐이다. 기록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오늘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등 궂은 날씨였다. 홈경기만 하면 이런데. ▲가장 최근 등판을 돔구장이 있는 피닉스에서 했고 샌프란시스코 원정까지 갔다 와서 그런지 마이애미 날씨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습도가 높아서 마운드 위에서 숨쉬기가 곤란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에선 공이 잘 긁히는데 여기서는 아무래도 손가락에 제대로 붙지 않는다. 오늘은 비가 와서 스파이크 바닥에 진흙이 묻어서 곤란했지만 공 던지는 데 특별히 지장은 없었다. 한편 프레디 곤살레스 감독은 "김병현이 초반 난조를 극복하고 불펜투수들이 뒤를 잘 책임져줘 승리할 수 있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평소 100개 안팎으로 김병현의 투구수를 제한하는 곤살레스 감독은 이날 김병현의 투구수가 2004년 5월 조시 베켓 이후 플로리다 투수로는 한 경기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다는 기자들의 얘기에 "그런가? (야구통계학자) 빌 제임스가 납신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다. 곤살레스는 "김병현은 교체될 때마다 항상 더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은 그런 얘기를 안 했지만 100개 이상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믿어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고 말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