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지난 2일 KIA전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단지 수치상으로 따지면 1패일 뿐이다. 1경기 졌다고 SK의 1위 순위에 변동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SK의 미래를 타진한 김성근 감독의 '실험'이 미완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2일 패배는 아프다. 이날 김 감독은 선발 배터리로 김광현-정상호를 출장시켰다. 직전 등판인 한화전 승리(6⅓이닝 1실점)로 선발 합격점을 받은 김광현은 채병룡-로마노보다 먼저 등판하는 '특혜'를 누렸다. 정상호는 주전 포수 박경완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2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김광현은 1⅔이닝(5피안타 1볼넷 4실점) 만에 무너지고 시즌 6패(2승)째를 당했다. 정상호는 1회초를 채 마치기도 전에 교체됐다. 타석엔 들어서보지도 못하고 박경완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SK는 KIA전 3경기 연속 선발이 조기 강판하며 주말 삼성 3연전이란 '거사'를 앞두고, 극심한 불펜진 소모를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혹서기에 박경완을 쉬게 해주겠다는 의도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경기를 버리는 셈 치고 김광현-정상호를 더 끌고 갈 수도 있었으나 김성근 감독은 용납하지 않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광현과 정상호는 SK 창단 이래 최고액 계약금 기록을 보유한 투수와 야수다. 김광현은 올 시즌 계약금 5억 원, 정상호는 2001년 4억 5000만 원에 입단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을 복음처럼 여기는 SK 프런트의 기대치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월 오키나와 평가전 첫 경기였던 LG전부터 김광현과 정상호를 배터리로 조합시키는 실험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5개월 후 재개된 실험에서도 둘은 여전히 '미완의 대기'란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박경완이란 포수가 SK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새삼 실감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김광현은 시속 150km짜리 직구를 보여줬으나 1회 실책(정상호의 3루 송구 에러)로 순식간에 2실점하자 평정심을 잃었다. 승패를 떠나 2이닝도 못 머티고 물러난 부담은 불펜진에 전가됐다. 두 선수가 SK의 미래임엔 틀림없지만 그 '미래'는 미완이다. sgoi@osen.co.kr 김광현-정상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