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베테랑의 힘인가. 삼성 고참급 타자들의 노련미가 2경기 연속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트리며 베테랑 다운 진면목을 과시했다. 지난 1일 대구 LG전. 0-2로 뒤진 삼성의 4회말 공격. 선두 타자 박진만의 볼넷과 신명철의 내야 안타에 이어 박정환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진갑용(33)의 유격수 앞 땅볼로 3루에 있던 박진만이 홈인, 첫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대타 김대익(34)의 1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팽팽하게 맞선 삼성의 9회말 마지막 공격. 1사 후 김창희(34)가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LG 두 번째 투수 정재복은 좌타자인 박한이 대신 김재걸(35)과 대결을 선택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김재걸은 볼 카운트 1-1에서 정재복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전진 수비했던 정의윤의 키를 넘는 결승 2루타를 날려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김재걸이었다면 다음날 경기에서는 양준혁(38)이 주연이었다. 0-2로 뒤진 삼성의 3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김창희가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와 김재걸의 볼넷으로 1사 1,3루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석에 들어선 양준혁이 유격수 앞 땅볼을 때려 3루 주자 김창희가 홈을 밟아 한 점을 만회했다. 4회 김한수(36)의 좌중간 1타점 적시타로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 5회 심정수(32)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전세를 뒤집었으나 6회 재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4-5로 뒤진 삼성의 8회말 공격. 진갑용의 대타 채태인이 LG 마무리 우규민을 상대로 데뷔 첫 우월 솔로 아치를 쏘아 올려 5-5로 동점을 만든 뒤 박한이와 김재걸의 연속 안타로 2사 1,2루 득점 찬스를 맞았다. 타석에 들어선 양준혁은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작렬, 주자 모두 홈을 밟아 삼성의 7-5 승리. 프로무대에서 10년 이상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날려주는 베테랑들의 맹활약 속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증명해주었다. what@osen.co.kr 진갑용 김창희 김재걸 양준혁 심정수 김한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