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꼴보기 싫은 얼굴이 없으니 이렇게 좋은 걸". 마이애미는 김병현(28.플로리다 말린스)에게 낙원이다. 과장이 섞인 표현이지만 덴버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 없다. 무더운 날씨만 빼면 김병현은 플로리다 생활에 아주 만족해 한다. 클럽하우스에서나 일상 생활에서나 힘든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콜로라도 시절과 비교하면 플로리다는 여러 모로 김병현과 잘 어울린다. 라틴 선수들이 많은 선수단 특성상 보이지 않는 벽이 없다. 외국 선수가 워낙 많다 보니 유일한 아시아 선수에게도 스스럼 없이 대한다. 코칭스태프는 붙박이 선발투수로 대접해주고 미겔 카브레라, 핸리 라미레스 등 주축 멤버들은 김병현을 한식구처럼 대해준다. 라미레스는 김병현이 이적 후 첫 홈경기에 등판하자 클럽하우스를 찾은 한국 취재진에게 주먹을 내밀기도 했다. 물론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주먹을 맞부딪치며 인사하자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김병현 본인이 느끼기에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 이야기를 했다. 특정인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마주치기만 해도 꺼려지는 사람이 없으니 편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그는 "직장 생활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직접 부딪히지는 않아도 같은 사무실에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뭔가 불편해지는 감정, 여기에선 그런 게 없으니 모든 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콜로라도 시절 코칭스태프와 말 그대로 불편한 관계였다.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클린트 허들 감독, 밥 애포대커 투수코치와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5월 14일 호르헤 훌리오와 맞트레이드돼 플로리다로 이적했다. 콜로라도에선 특별한 보직 없이 부상자명단(DL)에서 허송세월했지만 이적하자마자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꾸준히 등판하고 있다. 지난 2일 콜로라도전에선 2004년 5월20일 조시 베켓 이후 플로리다 투수로는 한 경기 최다인 126개의 공을 던지며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까닭에 플로리다와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말 그대로 '보기 싫은 사람 없는' 마이애미 생활을 김병현은 즐기고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