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기술위원회의 올림픽팀 감독 선임
OSEN 기자
발행 2007.08.03 17: 05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이 결국 프로팀 감독 '훔쳐가기' 가 돼 팬들에게도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가 올림픽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 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성화 부산 감독을 새 올림픽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예의나 평소 모습과는 다른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임한 지 16일 밖에 되지 않은 프로팀 감독을 빼갔다는 것이다. 축구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감독을 훔쳐간 이 행위'는 감독 영입에 있어서 상대 구단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았음은 물론 해당 클럽 팬들의 가슴에도 상처를 남긴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 구단은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 면서 "박성화 감독이 부산에 돌아온 후에야 이 문제와 관련해 공식 발표를 할 것" 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섭섭한 감정을 금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구 들 역시 황당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한 달도 안되어서 새 감독을 빼앗긴 부산의 팬들은 박성화 감독의 올림픽팀 이동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부산 서포터스 회장인 김태민(28, 회사원) 씨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면서 "박 감독이 오고난 이후 첫 경기에서도 승리하는 등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가는 모습이었는데 감독을 채가는 것은 말도 안된다" 며 당혹한 모습을 보였다. 전(前) 부산 서포터 회장이자 붉은악마 고문이었던 반우용(34, 회사원) 씨도 "협회가 그동안 K리그 활성화를 외쳐와 놓고 K리그 클럽에 부임한 지 한 달도 안된 감독을 빼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결국 대표팀 앞에서 K리그는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팬들의 반응에 대해 협회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감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시간이 없었다.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최고의 적임자가 필요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부득이하게 박성화 감독을 선택하게 됐다" 고 말했다. 박성화 감독 역시 "내가 가르쳤던 선수들이 올림픽팀에서 성장했기에 관심이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하고 사죄드린다" 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기술위원회의 답변은 그리 지지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현직 기술위원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감독을 뽑고 도우라는 기술위원 중 감독이 나온 것은 최근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성화 감독이 "감독 선임과 관련해 기술위원 직을 급하게 사퇴했지만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고 밝혔듯 이러한 모습 역시 향후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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