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강명구(27, 삼성 내야수)가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의 3연승에 한 몫 했다. 8개 구단에서 손꼽히는 준족인 강명구는 팀 내 유일한 그린 라이트 (감독의 사인 없이 도루 시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선수. 그만큼 강명구가 코칭스태프에게 인정받는다는 뜻. 지난 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 2-2로 팽팽하게 맞선 삼성의 9회말 마지막 공격 때 선두 타자 양준혁이 1루수 라인 드라이브로 물러난 뒤 심정수가 볼넷을 골라 1루에 출루했다. 1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삼성 벤치는 발빠른 강명구를 대주자로 기용했다. SK 마무리 정대현이 변화구를 던질 것을 간파한 강명구는 볼 카운트 1-2에서 2루로 쏜살같이 달렸다. 박경완이 2루로 던졌으나 세이프. 안타 하나만 터지면 승부가 갈려지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정대현은 박진만을 고의 4구로 걸리며 정면 승부를 피했다. 타석에는 6번 타자 신명철. 신명철의 평범한 3루수 땅볼을 SK 3루수 최정이 2루로 악송구, 2루에 있던 강명구가 홈까지 쇄도해 결승 득점을 올렸다. 최정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점수를 올려 승리를 거뒀지만 강명구의 도루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9회 벤치의 도루 사인이 나왔냐고 묻자 강명구는 "(정)대현이 형이 1루 견제한 뒤 변화구로 승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평호 코치님의 지시도 있었지만 나도 뛸 생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홈런을 펑펑 터트리거나 안타를 많이 뽑아내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빠른 발을 앞세운 베이스 러닝과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이 강명구의 가장 큰 장점. 선동렬 삼성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를 하기 위해 강명구의 활용 가치는 높다. 강명구의 올 시즌 목표는 두 가지.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와 상무 입대.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강명구는 팀의 3연패를 달성한 뒤 상무에 입대를 희망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필요할 때 제 몫을 100% 소화해내는 강명구는 팀에서 소금 같은 존재. 삼성의 한국 시리즈 3연패를 이루고 상무서 공백 없이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되기 위해 언제나 달릴 준비가 돼 있다. what@osen.co.kr 지난 3일 대구 SK전 9회말 심정수의 대주자로 나선 강명구가 2루 도루를 성공시키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