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삼성전자 김가을 감독은 최고의 여성 프로게이머였다. 도전적인 자세와 판단력으로 최고 선수의 자리를 지켰고, 프로게이머 출신으로는 최초로 프로게임단 감독의 자리에 올라섰다. 프로게이머 최초로 2004년 삼성전자 감독 자리를 꿰찬 김가을 감독은 정규 시즌 10연승 타이기록에 이어 신흥강호 르까프를 4-0으로 완파,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내며 감독으로서 자질과 저력을 보여줬다. 광안리는 e스포츠의 성지. 그동안 한빛 이재균 감독과 SK텔레콤 주훈 감독이 광안리에서 정상의 기쁨을 차지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1위을 차지하고 광안리 직행을 결정 지은 뒤 "우리팀은 분담이 잘되있다. 감독을 맡으면서 어떤 팀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이제 팀 체제를 확립했다"면서 "종족간 밸런스, 팀 체제등이 다른 팀보다 좋다고 생각한다"고 결승전 승리를 자신했다. 결국 김 감독의 말대로 삼성전자는 '막강' MBC게임을 꺾고 올라온 르까프를 한 수 앞선 개인전 카드와 '팀플 명가'다운 저력을 발휘하며 2000년 창단후 첫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달성하기까지 과정을 되짚어본다. ▲ 허영무, 상대의 체제를 간파하며 기선 제압 삼성전자의 선봉 허영무는 시즌 초 누구보다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기대주 중의 기대주였다. 방송 리그 데뷔이후 연전 연승을 달리며 삼성전자의 주축선수로 성장했고, 팀 내 연습에서는 당해낼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기량도 출중했다. 하지만 신인으로써 받는 기대치의 중압감 때문일까. 프로리그에서 극도의 부진(4승 10패)을 껶었고, 출전하면 불안하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전기리그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 나선 허영무는 확실하게 달라졌었다. 상대의 체제를 초반부터 확인했고, 끊임없이 정찰과 견제를 통해 상대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여기다가 과감하게 투 로보틱스 체제를 갖추며 손찬웅의 각 기지를 셔틀로 공격하며 이득을 챙겼다. 3시 멀티까지 확보하자 병력의 수와 질적인 면에서도 앞서며 승부를 결정냈다. 중앙지역 대규모 교전에서 지상군의 화력과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을 등에 엎은 허영무는 중앙 교전 승리이후 손찬웅의 본진까지 내달리며 기분좋은 선취점을 올렸다. ▲ 한 수 위의 경기력 이성은, 압도적인 화력으로 박지수 격파 르까프 조정웅 감독은 결승전에 앞서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1, 2경기중 한 경기를 잡아내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고 장담을 했다. 조 감독의 자신감 뒤에는 '쓰리펀치' 박지수가 있었다. 11승 11패를 기록하며 두 자리 승수를 올린 박지수는 조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새롭게 육성한 르까프의 메인 테란. 하지만 조 감독의 믿음을 아끼지 않았던 박지수보다 삼성전자의 '블록버스터 테란' 이성은이 한 수 위라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된 한 판이었다. 병력 움직임에서도 확장까지 모든 면에서 박지수보다 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벌쳐로 빠르게 중앙을 장악, 상대보다 빠르게 멀티를 확보했다. 순간적으로 화력면에서 밀려 중앙지역을 내줬지만 발 빠르게 방어라인을 구축해서 3시 멀티를 성공적으로 지켜냈다. 이어서 1시 지역까지 확보한 이성은은 상대 박지수보다 무려 두 배 가까운 팩토리 확보에 성공. 말할 수 없이 강력한 화력으로 박지수를 밀어내며 항복을 받아냈다. ▲기세 오른 삼성전자, 행운까지 따랐다 1, 2세트를 내줘 0-2로 뒤지던 르까프 조정웅 감독도 크게 내색하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바로 플레이오프 역전승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던 팀플레이 조합과 원투펀치 오영종-이제동이 버티고 있기 때문. 특히 이학주-최가람 조합은 뱀파이어에서 전승을 기록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 임채성-이재황 조합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상황이었다. 조 감독의 기대대로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던 이학주-최가람 조합은 단 한 번의 실수로 경기를 위기를 자초했다. 바로 최가람이 드론을 버로우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 초반 유리하게 풀어가던 경기 페이스를 내줬던 르까프는 이학주의 분발로 다시 기회를 잡았지만 임채성의 기지로 경기를 재역전 당했다. 확장에서는 앞섰지만 화력에서 밀렸던 임채성은 상대에 뒤진 화력을 다수의 드롭십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갑작스런 드롭에 당황한 이학주는 허둥지둥 됐고, 임채성은 재차 드롭을 통해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불리하던 상황에서 역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 팀플레이가 '최강'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 '팀플레이 마스터' 이창훈의 조련으로 삼성전자 팀플레이 선수들은 자신감 뿐만 아니라 순간 대처 능력까지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일궈냈다. ▲ 송병구, 오영종 꺾어 마침내 감격의 첫 우승 1, 2, 3경기를 내리 잡은 삼성전자는 4세트에서는 2007시즌 최강의 선수로 불리는 송병구가 버티고 있었다. 물론 르까프도 팀의 에이스인 '사신' 오영종이 출전하며 이번 결승전에서 4세트는 하이라이트 또는 결승전의 승부처였다. 비슷하게 출발하던 경기는 오영종이 먼저 확장에 성공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하지만 송병구는 역시 '총사령관'이었다. 운영의 달인 답게 송병구는 무리한 공격보다는 안정적으로 6시 확장을 쫓아가면서 힘을 비축했다. 송병구의 다음 선택은 각개 격파. 오영종의 1시 기지를 확인한 송병구는 9시를 견제하면서 1시 지역에 사이오닉 스톰을 뿌리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쟁취했다. 오영종은 견제를 당한데 이어 중앙 대규모 교전에서도 완패당하며 송병구에게 무릎을 꿇었다.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