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의 '뚝심야구', 빛을 발하다
OSEN 기자
발행 2007.08.05 09: 26

김경문(49) 두산 감독은 끈기와 배짱이 두둑한 인물이다. 학생 때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야구를 한 덕분에 잡초처럼 질긴 끈기가 생겼다고 한다. 여기에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하다. 따라서 선수단 운용 및 실전에 있어서도 이 점을 강조하고 실천한다. 번트야구보다는 강공야구를 즐겨하고 한 번 믿고 기용한 선수에게는 두터운 신뢰를 보여준다. 이런 강점으로 두산은 그동안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번번이 뒤집으며 끈끈한 전력으로 상위권을 지켜냈다. 한마디로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이미지에 딱 부합되는 사령탑이다. 이런 김 감독의 ‘뚝심야구’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지난 4일 서울 라이벌인 LG와의 경기에서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야구’로 곤혹을 치를 뻔했다가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4로 승리해 살아났다. 김 감독은 1회말 수비서 선발 김명제가 2루타와 볼넷을 내주며 2사 1, 2루의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에 직접 올라갔다. 그리고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가 좋다. 조급하게 승부하지 말라. 오늘은 무조건 5회까지 던질게 할 테니 편안하게 던지라”고 격려했다. 시즌 중반부터 부진한 투구로 선발로 나가 5회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는 경우가 많아 의기소침해 있는 김명제에게 ‘무조건 5회를 던지게 해주겠다’고 신뢰를 보내며 기를 살려준 것이다. 이에 김명제는 7회까지 2피안타 1실점으로 LG 타선을 잠재우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뚝심’이 일을 그르칠 뻔도 했다. 8회초 공격 1사 1루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42분간 경기가 중단됐다가 속개된 후 4-1로 앞선 8회말 수비서 김명제를 또다시 마운드에 올렸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김명제가 안타에 이어 악송구로 위기를 자초하고 강판한 뒤 결국 4-4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점에 대해 “어깨가 식은 명제를 빼줬어야 했는데 밀어붙여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김명제는 승리를 다 잡았다가 8회 쉬다가 등판한 탓에 아깝게 놓치고 말았다. 기록은 7이닝 3실점. 하지만 김 감독은 연장전 승부에서도 ‘뚝심’으로 밀어붙여서 결국 승리를 따냈다. 마무리 투수인 정재훈(41번)을 8회 위기 때 구원 등판시켜 불을 끄고 연장전에서는 중간투수인 또다른 정재훈(40번)을 마무리로 등판시켜 세이브에 성공했다. 과감한 김 감독의 승부수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소방수가 1⅔이닝을 던졌으므로 다음 경기를 위해 빼고 남아 있던 중간투수로 승부를 건 것이다. 중간투수 정재훈은 연장 10회말 1사 1, 2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후속타자를 병살타로 막고 생애 2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오늘 50승을 기록하면서 의미있는 1승을 거뒀다. 김명제의 교체 타이밍을 놓쳐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갔다. 그래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이길 수 있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비록 어렵게 1승을 올렸지만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믿음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은 것에 김 감독은 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김 감독의 ‘뚝심야구’가 다시 빛을 발하고 앞으로 선수들과 더 훌륭한 호흡일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케 한 일전이었다. 두산은 최근 5연승 행진으로 2위를 굳건히 지키며 선두 SK에 3.5게임차로 압박하고 있다. 한때 7.5게임차까지 벌어졌던 SK와의 간격이 최근 SK가 주춤하면서 사정권으로 들어오게 됐다. 올 시즌 김경문 감독의 ‘뚝심야구’가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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